[사설]선관위 홈피 공격, 검찰수사 의문 남기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0일 03시 00분


경찰은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9급 비서 공모 씨(27)의 우발적인 단독 범행이었다고 수사 결론을 내렸다. 공 씨는 선관위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면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지 못해 투표율이 낮아져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공 씨의 부모와 여자친구 등을 조사했지만 한나라당의 조직적인 개입이나 이른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인터넷 시대의 신종(新種) 부정선거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20대 후반 비서관이 술기운에 벌인 1인극이었다는 수사 결과가 얼마나 설득력을 지닐지 의문이다. 경찰은 주모자의 자백과 관련자 진술에 주로 의존해 수사를 진행했다. 계좌추적을 벌이긴 했지만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경찰 스스로도 “압수수색 등 절차에 따라 충분한 증거를 갖고 공 씨를 붙잡아 추궁한 것이 아니라 공 씨를 긴급체포한 후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해 충분한 물증을 찾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경찰이 열흘이라는 제한된 구속기간 내에 완벽한 수사를 하기는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철저한 검찰 수사가 더욱 중요하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본부 전원을 투입하고 대검찰청 사이버범죄수사단 인력을 참여시킨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기록과 증거물을 참고하되 사실상 재수사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 사건을 조사해 모든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한나라당이 개입해 민주주의를 유린한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야당의 주장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선거운동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치러진 선거의 승패를 가른 주요한 요인 중 하나가 SNS를 통한 민심의 흐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거 관리를 방해하거나 운영에 지장을 주는 사이버 공격을 가하는 것은 중대 범죄다. 유사 범죄를 차단한다는 의미에서도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선관위도 홈페이지와 컴퓨터 보안을 강화하는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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