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득세 조정, 최고세율만 따질 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일 03시 00분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연소득 1억2000만∼1억5000만 원을 넘는 개인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4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홍준표 대표와 이른바 쇄신파 의원들이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인상을 찬성하는 반면, 박근혜 전 대표와 경제통(通) 의원들은 최고세율 신설을 통한 증세(增稅)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행 세법상 소득세 과세 구간은 4단계로 나뉘는데 연간 과세표준 8800만 원을 넘으면 35%의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이른바 ‘부자 증세’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은 일정 소득을 넘는 고소득층에는 40% 안팎의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별도의 과세 구간을 신설해 세금을 더 물리자고 주장한다. 기획재정부는 현 시점에서 세율을 높이면 국가경제에 악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지출 축소와 세수(稅收) 확대를 병행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연소득 1억 원대의 상위 중산층과 5억∼10억 원을 넘는 부유층의 최고세율이 동일한 것이 적절한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 35%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5.5%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고세율을 40%로 높이면 주민세 등 지방세와 사회보험료까지 감안한 실제 부담액은 50%에 육박한다. 증세 문제는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 위에서 판단해야지 선거를 앞두고 사회 분위기에 휘둘려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은 금물이다.

소득세 체계의 합리적 조정을 둘러싸고 최고세율만 따지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8800만 원은 15년 전인 1996년 8000만 원으로 결정된 뒤 2008년에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제발전에 따른 소득 증가 추세를 감안해 세법상의 ‘부자 기준’을 현실에 맞게 바꾸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역대 정부와 정치권이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면세점을 높이고 공제 혜택을 늘리는 바람에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40∼50%가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 한국처럼 면세자 비율이 높은 국가는 드물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 헌법 38조가 무색할 정도다. 많든 적든 소득세를 내는 국민이 늘어나야 국민세금을 제대로 쓰는지 따지는 시민의식도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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