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근식]지성의 전당서도 외국인 따돌리나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외국인 유학생은 어학연수자 1만9000여 명을 포함해 9만3000여 명이다. 2006년 말 3만8000여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5년 만에 2.6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이들 중 약 70%가 중국 출신이고 다음은 몽골 베트남 일본 미국 순이다. 모국어별로 보면 90% 이상이 비영어권 출신이다. 일부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영어 교수인력을 확보하고 영어 강의과목을 늘리는 정책을 취하고 있지만 이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이들은 한국어와 전공지식을 배워 자국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에 취업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한국에 유학을 온 경우가 많다.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차별 겪어

외국인 유학생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보면 한국경제의 국제적 위상의 변화에 따른 취업 기회의 확대, 한류로 표현되는 역동적 한국문화산업의 해외 진출 효과에 의한 것이지만 한국 대학들의 적극적 유입정책이 작용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이 1000명 이상인 대학은 9개 대학이고 서울대에는 998명이 재학하고 있다. 이 10개 대학 중 서울대와 고려대에는 대학원생이 학부생보다 많다.

외국인 유학생이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능력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학업 수행의 어려움이지만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일상생활상의 곤란함도 이에 못지않은 장애요인이다. 재정 지원이 없거나 취약한 경우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가중된다. 이들은 아르바이트로 부족한 학비를 메워야 하므로 학업에 열중할 수 없고, 또 열악한 조건의 아르바이트 경험은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기도 한다. 외국인 유학생 실태조사에서 나타났듯 이들은 학교나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소외와 차별을 겪고 있다.

유학생들이 겪는 소외와 차별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한국문화에 오랫동안 내재해온 외국인 혐오증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외국인 차별이나 멸시는 언어나 인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 국제결혼에 대한 한국인들의 급속한 태도 변화가 시사하듯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본질주의적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며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태도는 제도적 요인과 함께 그들의 한국어 능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양적 확대정책에서 질적 관리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선 외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일 때 한국어 능력과 한국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능력을 검증한 후 입학 허가를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연구생제도를 두어 최소한의 한국어 능력과 전공분야 기초적 소양을 쌓은 후 전공 학업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의 한국어 능력 배양은 일률적인 교육과정보다는 희망 전공별로 구분해 예비학습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외국인 학생에 대한 글쓰기 지원을 한국인 학생이 담당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한국어 능력 검증후 입학 허가해야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고, 일단 입학한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게 하려면 이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은 정부와 기업이 분담하되 학문적 목적을 가진 대학원의 경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취업 목적의 유학생은 해당 국가에 진출한 기업이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의 우수 학생에게는 파격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것은 한 세대 이후 달라질 한국의 세계적 위상을 염두에 두는 장기적 투자일 뿐 아니라 인류 공동발전의 이념에도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