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우선]겨울철 정전 ‘재난문자’서비스가 2G폰만 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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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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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산업부 기자
임우선 산업부 기자
“우리도 이번에 알았는데 소방방재청 재난 문자서비스는 3G(3세대)폰은 안 되고 2G폰만 된다고 하더라고요. 말이 되냐고 따지긴 했는데…. 언제 될지는 모른대요.”(지식경제부 전력수급 담당자)

사상 처음으로 민방위 훈련에 정전 대비 절전 훈련이 포함됐던 15일. 지경부 전력수급 담당자는 ‘절전에 대한 대국민 문자 공지가 이뤄진 게 맞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난처해하며 이렇게 답했다.

정부는 9월 15일 예상치 못한 전국적인 정전 대란을 겪고 이달 민방위 훈련에 ‘전기 모으기’ 훈련을 포함시켰다. 훈련이 끝난 뒤 지경부는 “사전에 배포한 대국민 행동 요령과 문자메시지, TV 방송 자막, 트위터 홍보 등을 통해 전 국민이 절전에 동참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시민 대부분은 “절전 훈련이 뭐냐”는 반응이었다. 주위에서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사람도, 트위터 트윗을 봤다는 사람도 없었다. 기자가 취재해 보니 대국민 재난 문자서비스는 2G폰만 가능한 데다 그나마 이번 훈련에서는 ‘시민들이 실제 상황으로 착각할 수 있다’며 소방방재청이 반대해 무산됐다. 지경부가 ‘거짓말’ 홍보를 한 셈이다.

긴급재난 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국민 홍보 시스템이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여름 폭우가 쏟아졌을 당시 일어난 우면산 사태 때 산림청과 서초구 간에 문자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논란을 빚었고 긴급 재난문자도 제때 발송되지 않았다.

9월 정전 대란 때는 말 한마디 없이 전기를 끊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국내 3G폰 사용자 비중이 전체의 68%에 이르는 상황에서 2G폰 가입자만 재난문자를 받아볼 수 있다는 현실은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소방방재청은 “3G폰은 재난문자 서비스 기술 적용 시 기지국 추가 설비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적용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지적이 많아 4G폰에는 국민이 비상시 문자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요즘 “올겨울 ‘정전 대란’이 또다시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뿐, 정말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전기 수요를 줄이려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절전 포털 사이트를 구축하고, 백과사전 수준의 상세한 대국민 절전 매뉴얼을 만들었다. 또 가정이나 기업이 원할 때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절전 상담 콜센터와 컨설턴트 파견제도 도입했다. 여름철 그 난리를 겪고도 제대로 된 시스템 구축에 둔감한 우리 정부가 정말 한가해 보인다.

임우선 산업부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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