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성호]오바마는 한국교육 칭찬하지만…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대한민국의 교육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선진국의 정치지도자가 우리의 교육을 칭찬한다고 하니 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자랑스럽게 느껴야 함에도 왠지 개운치 못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칭찬에 진정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의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학생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찬사에 얼마나 공감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며칠 전 동아일보에 미국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교육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문일룡 씨의 인터뷰가 실렸다. 문 위원은 미국에서도 최고의 학군을 자랑하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4선의 경력을 가진 교육행정전문가다. 그는 한국 교육에 대한 오바마의 칭송에 대해 “미국의 학부모와 정책입안자들의 교육열을 자극하기 위한 주문”이라고 폄하하며 “미국의 교사나 학부모 가운데 미국교육과 한국교육을 맞바꾸자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단지 미국의 학부모와 교사들을 자극하기 위해 한국교육의 ‘우월성’을 언급한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꽤 오랜 기간을 미국에서 살았던 필자의 입장에서도 ‘사교육 천국’ ‘입시 지옥’ 등으로 비하되는 한국교육의 현실을 부러워하는 미국인들이 다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찬사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이고, 또 그런 찬사와는 달리 우리 교육에는 어떤 문제가 내재돼 있는 것일까.

먼저,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교육의 두 가지 특징에 대해 상당히 부러워하는 것 같다. 첫째는 교육열이고 둘째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높은 대학 진학률이다. 교육열도 없고 대학 진학률도 낮은 나라를 선진사회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과도한 교육열과 교육인플레 또한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여기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교육의 외적인 화려함을 우수성으로 착각한 듯하다.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사교육과 입시경쟁을 꼽는다. 문 위원 역시 한국의 지나친 사교육 의존도와 과열된 입시경쟁을 비판한다. 이 양자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지난 반세기 이상 한국교육을 짓눌러 온 질곡 그 자체다. 문 위원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잘못된 대학입학 시스템’에서 찾는다. 부분적으로는 동의하지만 대학 선발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리라 보지는 않는다. 이미 수많은 교육전문가가 다양한 방식의 변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는 없었다.

대학 선발방식보다 더 근본적인 한국교육의 문제는 다양성의 결여라고 본다. 학생 개개인의 적성이나 특징, 혹은 능력과는 상관없이 누구나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집념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한 무분별한 사교육, 이 모두는 다양성을 배척하는 획일적 사고방식의 산물이다. 즉 누구나 똑같아야 한다는 소위 교조적 평등주의가 사교육과 입시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의 능력이나 소질에 맞는 다양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자는 주장이 불평등을 가속화시키는 기만이라고 곡해되는 풍토 속에서는 사교육 왕국 혹은 입시 지옥이라는 오명은 사라질 수 없다. 그리고 문 위원의 말대로 “평준화 교육에 집착하는 것은 우수한 학생이나 열등한 학생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우리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모두가 동일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이 동등하게 존중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치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국민의 불만을 이용해 선동과 분열을 일삼지 말고 미래의 ‘교육 청사진을 만들어 국민을 설득하는’ 자세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바람일까.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