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화정]어린이집 아동학대, 처벌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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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정 중앙아동보호 전문기관 관장
장화정 중앙아동보호 전문기관 관장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감금, 언어 및 신체폭력, 알몸으로 내쫓기 등 그 행위도 다양해 사회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 아동의 보육을 책임지고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어린이집 교사가 이 같은 폭력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정부는 지난해 학대행위 금지 규정 신설, 학대자 영구 퇴출, 어린이집 학대 신고 포상금제도 마련 등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내놓았다. 이 같은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아동학대는 단 한 번 발생해도 아동에게 정서 장애나 학습 장애 등 치명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학대행위자 처벌보다는 예방이 우선시돼야 한다.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선 첫째, 어린이집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개선이 급선무다. 일부 어린이집 종사자는 영유아를 화장실에 가두거나 비교 또는 무시, 협박하는 언사를 훈육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등 종사자 간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차가 존재한다. 이에 어린이집의 모든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동권리 및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정도를 조사해 좀 더 현실적인 수준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어린이집 종사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인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이 부재한 실정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보육시설 종사자의 자격 취득 교육과정에 아동학대 예방 및 신고의무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또한 일회성 교육에 그치고 만다. 미국 보건복지국(DHHS)에서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보육제공자(Child care provider)의 역할’이라는 매뉴얼을 발간해 배포하고 있다. 이 책에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서 학대 피해아동을 발견하는 법, 보육시설 종사자가 아동을 학대했을 때 사전 및 사후 대처법, 보육시설 내에서 학대 피해아동을 보육하는 법 등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늦었지만 현재 중앙보육정보센터에서 이 같은 교육안을 집필 중이라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런 교육안을 활용한 지속적인 교육 및 이수 의무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린이집 종사자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교사는 하루 10시간가량 근무하며 1인당 담당해야 하는 아동은 평균 10명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과도한 업무는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고스란히 아동에게 전해진다. 이런 악순환이 지속될 경우 보육교사에게 아동들은 보육의 대상이 아니라 단순 관리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비극이 초래될 수도 있다. 따라서 아동의 안전한 보호 및 학대 위험 감소를 위해 학급당 교사를 2명 이상 배치하도록 관련 규정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아동에게는 더욱 안전한 보육환경이 제공되고 어린이집 교사의 업무 스트레스도 경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를 명시한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정일을 기념하는 아동권리주간(14∼20일)을 맞았다. 더욱이 올해는 우리나라가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20년이 되는 해로 매우 뜻이 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연일 발생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과연 우리가 아동권리 증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 전문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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