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창진]우주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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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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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중국의 우주개발이 무서운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1992년 유인우주선 발사계획을 발표한 이후 20년 동안 중국은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2003년), 달 탐사위성 창어 1호 발사(2007년), 우주인 유영(2008년), 창어 2호 발사(2010년) 등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우주개발에서 많은 성공을 이뤘다. 그리고 얼마 전 우주정거장 톈궁 1호를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더니 이번에는 선저우 8호를 발사해 우주도킹 실험에 성공했다. 우주도킹은 고도의 원격 정밀조종기술이 요구되는데 중국은 이번 실험 성공으로 자신감을 갖고 2016년부터 본격적인 우주정거장 모듈을 발사해 2020년까지 우주정거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이 밖에 화성 탐사와 달 착륙, 독자적인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인 ‘베이두’를 확보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계획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중국은 이제까지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개발 성과들을 따라오던 추격 단계에서 벗어나 한 차원 더 발전하게 될 것이며 머지않아 미국과 견줄 만한 우주강대국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괄목할 만한 중국의 우주개발 성과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이루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실패의 고통을 교훈 삼아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국의 주력 우주발사체인 창정 로켓은 몇 번의 발사 실패를 경험했다. 1997년에는 로켓이 발사장 인근 마을을 덮쳐 많은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 지도부는 건국 이후 우주개발을 일관성 있게 국가의 중요 정책으로 추진했는데, 그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포함돼 있다. 우선 우주개발은 국가의 위상을 강화하고 강대국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으며 대내적으로는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돼 있는 중국의 결집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우주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필수적 국가 능력으로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은 우주개발이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군사기술 개발이 주요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우주개발이 인민해방군에 의해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으며 우주개발에 필요한 대부분의 장비나 장치가 미사일 등을 제작하는 국영기업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음을 볼 때 군사적 측면과 관련된 목적을 지니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우주개발 성과는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주변국의 우주 경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은 중국의 우주개발 성과를 민감하게 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작년 나로호 발사에 실패해 현재 우주개발 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중국의 우주개발 성공을 보며 부러움과 두려움이 동시에 생기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2012년에는 레이더 영상 촬영이 가능한 전천후 다목적 인공위성 5호를 발사할 예정이며 이어 과학위성 3호, 다목적 인공위성 3호 등을 잇달아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이후 사고 원인을 놓고 지루하게 진행됐던 러시아와의 조사 활동도 얼마 전에 잘 마무리돼 내년에는 나로호 3차 발사가 가능할 것 같다.

나로호 발사 실패가 우리에게 많은 좌절을 주었지만 동시에 많은 교훈도 얻을 수 있었다. 실패에 따른 기술적 검토를 통해 값진 경험을 공부한 것도 있지만 동시에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배운 것도 중요한 교훈이다. 중국의 우주도킹 성공을 부러워만 하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이제는 우주로 향하는 우리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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