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정민]포스트 카다피 시대 발빠른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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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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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20일 사망했다. 리비아의 내전이 종결된 것이다. 42년간 지속됐던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고 리비아는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산유국 리비아의 정권 교체는 세계경제는 물론이고 우리의 대(對)중동 진출에도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비아는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텃밭이었다. 앞으로 1200억 달러(약 137조 원) 이상 규모의 재건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기업이 참여해 실익을 얻을 수 있는 신중하면서도 효과적인 진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재건사업 1200억 달러 규모 예상

신중을 기해야 함은 리비아의 불확실한 미래에 기인한다. 리비아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다. 우선 치안 유지가 급선무다. 다국적군의 지원을 받은 반군이 승리한 내전은 종결된 상태다. 그러나 패배한 친(親)카다피 세력의 저항과 테러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반군이 정규군으로 전환되고 경찰력을 확충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반군의 과도국가위원회(NTC)가 리비아 내부의 통합을 이뤄내고 민주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NTC에는 카다피 체제에서 이탈한 장관은 물론이고 주요 부족의 대표, 반정부 인사, 해외 망명자, 아랍민족주의자, 이슬람주의자 등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미 분열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임시내각 발표도 늦춰지고 있다.

효과적인 진출방안이 필요한 것은 리비아에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진출 및 투자 환경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카다피 일가 및 정권 실세들과의 인맥을 통해 사업을 수주하는 시대가 지났다. 리비아에도 점차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들어설 것이다. 진정한 가격 및 기술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리비아의 정권 교체에 막대한 전비를 투입한 미국, 영국, 프랑스와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국 모두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군사비를 썼고, 이에 대해 NTC도 이에 걸맞은 ‘보상’을 약속한 상황이다. 대다수 에너지 개발권을 차지하는 것 외에도 이들 국가는 우리 기업이 그동안 강세를 보이던 건설 및 플랜트 시장의 장악도 꾀할 것이다. 더불어 카다피 정권과 NTC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중국과 러시아도 경쟁에 다시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이라크전쟁 이후 종교적 동질감을 바탕으로 중동의 건설시장을 적극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터키의 움직임도 심각한 도전이다.

때문에 과거와는 차별화된 적극적이면서 효과적인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이 기술적 가격적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발전소와 담수화 시설 등에 대한 집중적인 수주 노력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 업체 간의 가격 경쟁도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기업들과의 동반 수주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산업 다각화를 추진할 리비아와의 제조업 협력도 적극 준비해야 한다. 이 분야에서 리비아 현지 혹은 유럽 및 터키 업체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의료진 파견 등 새로운 전략 필요

리비아와의 협력에 있어서는 특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급격한 정치 변동을 거친 후 등장할 새로운 정부와의 포괄적인 동반자적 관계 수립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외교적 정치적 선린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문화적 교류와 인도적 지원에도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내전 피해지역에 의료 시설과 인력을 대거 파견하는 등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수천억 원에 이르는 전비를 투입하고 전쟁터까지 국가수반이 방문하는 서방 강대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리비아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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