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서울대 일본학 전공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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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5일 0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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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곳곳에 기묘한 일본 부재(不在) 현상이 남아 있다. 한국 최고 국립대인 서울대가 국내의 모든 학과를 망라한 최대 규모의 종합대이면서도 일본학과가 없었다는 것도 그런 현상 중 하나다. 뿌리 깊은 반일 감정에다 ‘일본은 어느 나라보다 우리가 잘 안다’ 혹은 ‘일본은 학문적으로 연구할 게 없는 나라’ 같은 근거 없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서울대가 어제 1946년 개교 이후 ‘65년의 금기’를 깨고 아시아언어문명학부를 신설해 일본학 전공과정을 두기로 했다.

▷지일파인 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는 1973년 일본 유학을 떠났다. 그는 일본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알고 있던 일본과 달라서 놀랐다고 한다. 사실 한국이 일본을 잘 모른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한국의 많은 지식인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일본을 배운다기보다는 일본을 통해 서구의 문화를 배우는 데 치중했다. 광복 이후 1970년대까지는 일본으로 많이 건너가지도 않았지만 간다고 해도 한국 관련 자료를 찾는 수준이었다. 1980년을 전후해서야 일본 자체를 공부하러 가기 시작했다. 한국에는 아직도 50년 전, 100년 전 일본 문서를 해독할 인력이 거의 없다.

▷서울대는 일본 최고 국립대인 도쿄(東京)대가 한국 관련 전공학과를 개설하지 않는 이상 일본학과를 만들지 않는다는 상호주의를 고수해왔다. 2001년 당시 서울대 이기준 총장과 도쿄대 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 총장이 각각 일본과 한국 전공학과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도쿄대는 교양학부와 인문사회계연구과 한국조선문화연구전공의 한국어 및 한국학 강사진을 크게 늘렸고 서울대는 일본연구소와 언어학과 내 일본어고급과정을 신설했다.

▷바야흐로 한국 중국 일본의 동북아 시대를 맞았다. 중국이 주요 2개국(G2)의 하나로 부상하면서 그동안 가깝고도 먼 관계를 유지해온 3국은 긴밀한 협력을 모색할 수밖에 없고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하는 단계에 왔다.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北京)대가 2009년 한국어과를 독립학과로 승격시켰다. 이번에 서울대가 일본학 전공과정을 두기로 결정했다. 도쿄대의 한국어 및 한국학 강사진은 이미 15명 정도로 1개 학과 수준이다. 교과서 왜곡 문제, 영유권 분쟁 등 3국간에 현안이 있지만 따질 것은 따지고 진전시킬 것은 진전시키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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