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석]‘도가니’를 통해 본 우리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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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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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전라북도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김정석 전라북도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6년 전 광주의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아동 성학대 문제를 다룬 영화 ‘도가니’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가해자 처벌과 해당학교 폐쇄를 위한 각계 및 누리꾼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처벌과 폐쇄가 문제의 해법이 될 것인가에 대해 한번쯤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장애아동들이 인화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장애아동을 위한 제도나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시설의 도움 없이 장애아동의 교육과 보호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가족은 극히 소수다. 이를 위해 현재 해당 학교에서 생활하는 장애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마련과 동시에 장애아동 관련 시설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방안이 강구되기를 촉구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복지가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가를 확인했다. 제도의 공공성이 강조되어야 할 곳은 바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와 교육이다. 사회적 약자, 즉 장애아동을 위한 실제적인 정책과 이들을 위한 시설에 공공성이 확보돼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아동 성학대 예방을 위한 노력과 함께 피해아동의 보호와 치료 시스템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영화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가해자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아동의 치료와 보호에 대해서는 너무나 안일하고 무방비하게 방치하고 있다. 피해아동의 신체적 정서적 피해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와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가 앞장서야 한다.

우리는 ‘도가니’를 통해 분개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또 다른 이슈가 발생하면 이 사건에 대한 우리의 관심 또한 식어갈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영화를 보고 분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행동에 동참하는 문화시민이라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담론을 확대하고 이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대안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한 이런 논의가 민간보다 공공의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한 노력이 되지 않도록 국민의 꾸준한 감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피해아동과 그 가족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학대로 고통받는 이 땅의 많은 아이들을 위해 사랑과 관심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김정석 전라북도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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