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끝은 어딘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 이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두 사람은 언론인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일해 온 사람들이다. 정치 지향적인 일부 언론인 출신의 예외적인 일탈로 볼 수도 있지만 이들을 배출한 언론계로서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공개적으로 밝힌 신 전 차관의 비리 의혹은 충격적이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언론계에 있을 때부터 시작해 이 대통령의 대선후보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멤버, 문화부 차관을 거쳐 공직에서 물러난 뒤까지 약 9년 동안 10억 원 이상의 현금과 법인카드, 상품권, 차량 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차관은 “엉터리 같은 얘기”라면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발언 내용에 의문스러운 대목도 적지 않지만 상당히 구체적인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스트 박태규 씨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 전 수석은 중앙일보 정치부장 때 박 씨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신 전 차관은 한국일보 부장 시절 이 회장을 알게 됐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의 일부인 기자가 취재원으로서 박 씨나 이 회장 같은 사람을 얼마든지 만날 수는 있다. 그러나 거액의 금품과 향응을 장기간에 걸쳐 제공받았다면 용납될 수 없다. 더구나 언론계에서 행한 잘못을 공직 진출 후에도 계속했다면 공인의식은 없이 출세나 돈벌이에 눈이 멀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횡령과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2009년 12월 기소돼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SLS그룹은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그는 자신의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에 경고 메시지를 줬는데도 무시해 비리를 폭로한 것이라며 “신재민 건은 시작에 불과하고 훨씬 더 충격적인 제2, 제3탄을 터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어제 홍상표 전 대통령홍보수석이 박 씨의 로비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도대체 대통령 측근들이 연루된 비리 의혹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대통령 핵심 측근들의 비리는 대통령, 나아가 정권의 명운과 직결돼 있다. 사실 규명이 급선무다. 이 대통령도 친인척과 측근의 또 다른 비리 소지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레임덕(권력 누수)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측근 비리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력을 마비시킬 우려마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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