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학적립금 梨大모델, 등록금 해법 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이화여대가 자체 적립금 가운데 장학금 적립금 규모를 현재의 747억 원에서 2097억 원으로 대폭 늘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장학금 적립금이 늘어나면 운용수익도 증가하는 만큼 혜택을 받는 학생들이 많아지게 된다. 이 대학의 연간 장학금 지급액은 지난해 175억 원이었으나 앞으로 60억 원가량이 더 늘어나게 된다. 증액되는 장학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우선 지급될 예정이다. 수원대도 적립금에서 250억 원을 장학기금으로 조성했다. 한남대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장학금을 대폭 확대하는 방식의 등록금 경감 대책을 마련했다. 공부할 열의와 실력은 있는데 돈이 없어 공부를 중단하는 대학생은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이다.

야권에서 주장하는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은 여유 계층에까지 국민 세금으로 등록금을 대신 내주는 것과 같다. 한정된 재원에서 저소득층 학생에게 돌아갈 몫을 빼앗는 것이므로 오히려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 이름만 대학일 뿐 ‘학위장사’에 골몰하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까지 지원하는 것 또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교수 수를 반으로 줄이거나 대학 등록금을 절반으로 인하하는 방식의 ‘반값 교육’도 안 될 일이다. 한국은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 만족도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 대상 59개국 중 39위에 그치고 있다. ‘반값 교육’은 가뜩이나 낮은 우리 대학 수준을 더 후퇴시킬 수 있다. 미국에서는 ‘좋은 대학’일수록 빈곤층 학생들에게 다양한 장학금과 보조금 혜택을 주는 추세다. 국내 대학도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비와 건축비 같은 특정 목적을 위해 따로 예치해 두었던 대학 적립금을 지금 같은 때 장학금으로 풀어서 등록금을 실질적으로 낮춰줄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가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실과 함께 2010년 누적 적립금이 많은 상위 10개 대학의 적립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적립금 총액 3조2795억 원 가운데 장학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적립금은 8.4%인 2749억 원에 불과했다. 국립대학 역시 대학 운영에 필요한 돈을 국가에서 지원받으면서도 잉여 예산을 적립금 형태로 쌓아두고 있다. 대학들은 이렇게 모아둔 적립금의 절반가량을 건축비로 사용했다. 전체 적립금 가운데 장학금 적립금을 크게 확대한 이화여대 모델은 대학 등록금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대학들은 학교 시설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사람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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