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원목]한미FTA 상정할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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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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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미국 하원이 7일 일반특혜관세제도(GSP·미국이 개도국 제품의 관세를 인하해주는 제도) 연장안을 민주 공화 만장일치로 처리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처리의 연계조건이던 현안 하나가 사실상 해결됐다. 남은 하나의 조건은 FTA로 피해를 보는 기업과 근로자에게 실업수당과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무역조정지원제도(TAA)를 개선하는 문제다. 이 문제를 9월 처리하고, 한미 FTA 이행법률안을 10월 중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재재협상 실현 가능성 없어

이제 한미 FTA 상호 비준 게임의 공이 우리 코트로 넘어온 셈이다. 올 2월 한미 FTA 재협상으로 이익의 균형이 미국 쪽으로 다소 기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 측의 양보가 있었기에 경기침체기에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한 미 의회가 한미 FTA 이행법률안 상정을 허용하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 자동차업계도 이런 점을 인정해 거시적 안목에서 재협상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물론 우리가 재협상에 대비해 좀 더 철저하게 준비했더라면 미시적 이익의 균형까지도 맞출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이 ‘10+2 재재협상안’을 제시한 것도 심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미 의회 절차를 볼 때 재재협상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설령 협상 개시에 성공하더라도 미국 측이 우리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 정치 일정상 한미 FTA 비준 책임은 후임 대통령에게로 넘어가 의회 상정 조건과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시점에서 우리가 재재협상을 고집하는 것은 마지막으로 열린 기회의 문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민주당 입장에서도 한미 FTA 반대 의견을 끝까지 견지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어차피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국민 다수의 지지를 획득해야 하는데 책임 있는 제1야당이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것은 좋은 모양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FTA 지지로 돌아설 경우 야권 내부에서 발생할 비난과 분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를 풀어나갈 책임은 여당과 정부 측에 있다. 야당이 요구하는 사항 중에서 통상절차법 제정과 무역조정지원에 관한 국내법을 개정하는 것은 여야가 타협하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2006년 무역조정지원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으나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매출 25% 감소, 고용 30% 감소)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현상유지형 지원 위주여서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런 점을 이번 기회에 개선하여 FTA 피해계층의 장기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 지원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 통상 협상에 대한 행정부와 의회 간의 권한 배분을 법제화하는 통상절차법 제정 문제도 실현 가능하다. 한미 FTA 협상 개시 선결조건 논쟁, 한미 쇠고기 협상, FTA 재협상 등 통상 현안에 대한 투명성 부족과 정부의 권위주의적 협상 태도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다수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통상절차법 제정 입법안을 누차 제출한 바 있어 대체적인 입법의 윤곽도 잡혀 있다. 아이러니하게 미국에서도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국무부의 일부 조직을 하나로 묶어 단일 통상경제부처로 통합하는 통상조직 개편안이 검토되고 있다.

통상절차법 제정 등 여야 타협을

야당은 무역조정지원법 개정과 통상절차법 제정을 전리품으로 내세울 수 있기에 우리 국회도 여야 타협하에 비준 모드로 돌입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될 것이다. 이러한 타협을 전제로 미 측이 FTA 이행법률안을 의회에 상정하게 되면 우리도 비준안을 즉시 상정하여 타협 법안과 더불어 일괄 타결해야 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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