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분열 추락, 대세론도 바뀌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나라당은 전략 미숙, 적전(敵前) 분열, 민심 외면, 소통 부재 같은 온갖 악재가 겹쳐 서울시장직만 공중에 날리고 투표함을 열지도 못하는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 결과에 자리를 거는 과정에서 당내 각 정파의 동의와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아마추어리즘을 드러냈다. 각 정파와 주요 당직자들도 주민투표라는 결전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불협화음을 냈다. 33.3%의 투표율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서로 밀어주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금도(襟度)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각자 주민투표 이후의 출구 전략에만 골몰했다. 한나라당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유권자가 아니라면 어떤 국민이 이런 ‘콩가루 정당’을 믿고 표를 주고 싶었겠는가.

한나라당이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피하기 위해 오 시장의 사퇴 시기를 10월로 늦추려는 모습도 구차해 보인다. 오 시장이 1000만 서울시민 앞에서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건 마당에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꼼수’로는 민심에 다가갈 수 없다. 지금 한나라당으로서는 국민이 깜짝 놀랄 내부 개혁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투표 전날 “서울시민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친박(親朴) 진영은 정치적 의도가 없는 발언이라고 해명하지만 “투표 참여는 민주시민의 권리”라는 말 정도는 했어야 한다. 당의 신(新)주류로 부상한 친박 진영이 주민투표 투표율이 낮을 경우 행여 상처를 입을까 봐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당인(黨人)으로서 떳떳하지 못했다.

정당은 정권 창출을 위한 공동의 가치 집단이다. 세부적인 방법론을 놓고 논쟁을 할 수는 있어도 공동의 목표마저 망각한다면 정당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야권의 복지 포퓰리즘 노선에 한목소리를 내 맞서야 하는데도 한나라당은 좌우(左右)를 넘나드는 혼란스러운 분열상만 심화시켰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실망한 유권자가 늘면서 2007년 대선 때 2위 후보와의 531만 표 차, 2008년 총선 때 과반 의석을 몰아준 민심(民心)의 자산을 다 까먹어버렸다. 정당이 내부적으로 소통과 단합이 안 되는데 국민이 그 정당을 얼마나 신뢰하고 소통할 수 있겠는가. 주민투표와 복지정책에 관한 한나라당의 일관된 시그널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합하는 세력은 선거에서 승리하고 분열하는 세력은 패배하는 것이 철칙(鐵則)이다. 이번 주민투표에서 여권은 갈라졌고 야권은 투표거부 전략으로 단단히 뭉쳤다. 야권은 여세를 몰아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대통합 논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념의 지향점이 다른 정당까지 뭉치고 보자는 좌파 단일화 대세론이 박근혜 대세론을 바짝 뒤쫓고 있다. 한나라당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정파 논리에 갇혀 분열의 늪에서 허우적댄다면 대세론의 추락은 시간문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