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강산 시설 강탈한 北에 파이프라인 묻을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제 시베리아 울란우데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핵물질의 생산과 핵실험 잠정중단(모라토리엄) 의사를 비쳤다. 김정일은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면서 “회담 진전에 따라 모라토리엄 문제를 해결할 준비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아 획기적인 제안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러시아의 경제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수사(修辭)일 가능성이 크다.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이후 북한의 거부로 중단됐다.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까지 추진해 핵문제를 악화시켰다. 미국은 지난달 재개된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를 포함한 구체적이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사전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정일은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남한에 수출하는 남-북-러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보였다. 파이프라인 건설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합의했지만 진척이 없다. 파이프라인이 건설되면 러시아는 안정적인 수출시장을 확보하고 한국은 선박에 비해 운송비를 3분의 1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북한은 통과료로 매년 1억 달러를 챙길 수 있다. 3국에 이익이 되는 사업이지만 북한의 불가측성(不可測性)이 걸림돌이다. 북한은 그제 금강산에 있는 남한의 건물과 장비를 강탈했다. 남한이 천연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북한의 파이프 차단 위험성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

북-러 정상회담은 9년 만에 열렸다. 양국 관계가 그만큼 소원하다는 뜻이다. 김정일은 지난 1년간 3차례나 중국을 찾았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면서 경제지원을 얻어내려는 속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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