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시민이 주민투표장에 가야 할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오늘 실시되는 서울시 주민투표에서 투표용지 위쪽의 첫 번째 칸은 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건 오세훈 서울시장의 안이다.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 칸은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라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안이다. 쉽게 풀이하면 서울시와 시교육청의 예산으로 중산층 이하 가정의 자녀에게만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하느냐, 아니면 중산층 이상 가정의 자녀에게까지 공짜로 점심을 주느냐에 관한 문제다. 저소득층 자녀는 이미 무상급식을 받고 있다.

무상급식의 범위와 속도를 놓고 서울시와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서울시의회는 그동안 절충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양측의 대립으로 시 행정이 거의 마비될 지경이었다. 투표율이 전체 투표권자의 33.3%를 넘어야 개표를 할 수 있고 서울시민의 의사 확인이 가능하다. 그렇지 못하면 주민투표 자체가 무산돼 무상급식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이 계속될 것이다. 서울시민의 의사 표시가 중요한 이유다.

민주당을 비롯해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쪽은 ‘나쁜 투표, 착한 거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투표 불참을 외친다. 투표 거부도 일종의 의사표시라는 논리다. 유권자의 신성한 권리 행사에 ‘나쁜 투표’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나쁜 투표라면 휴일이 아닌데도 귀중한 시간을 내 투표장으로 향하는 시민은 ‘나쁜 시민’이란 말인가. ‘국민 참여’의 깃발을 흔들던 세력이 국민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는커녕 ‘나쁜 투표’니 ‘편 가르기’니 하고 비방하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현대국가는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대신 대리인을 뽑아 행정을 집행하고 견제하는 대의민주주의제도를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주민투표는 대의민주제를 통해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국민이 직접 선택권을 행사하는 일종의 보완적 수단이다. 합법적 절차를 통해 발의된 주민투표에 참여해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이번 주민투표는 서울시의 급식문제를 넘어 국가 차원의 복지정책 방향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투표율이 33.3%를 넘겨 주민투표가 성립돼야만 그것이 가능하고 예산을 들여 투표를 시행한 의미를 갖는다. 국민의 생각을 알아야 바른 정책을 펼 수 있다. 서울시민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기회를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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