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위용]오락가락 시류에 영리병원 10년째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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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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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위용 교육복지부
정위용 교육복지부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의료산업 선진화를 내세우며 추진되던 영리병원이 10년째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인천 송도경제특구 내 송도국제병원 용지는 지금도 공터로 남아 잡초만 자라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영리병원 용지에도 ‘동북아 의료허브, 제주헬스케어타운’ 조감도만 세워졌을 뿐 잡목 숲과 농지는 예전 모습 그대로다.

2002년 김대중 정부 때부터 추진된 영리병원은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입법화 직전 단계까지 갔다가 수차례 좌초됐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올해 8월 말까지 영리병원 법안의 국회 통과를 목표로 삼는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은 12일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철회하겠다는 요구서를 국회의장에게 냈다. 이 개정안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운영 근거를 마련하고 병원 설립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9월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 의원들이 발의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동료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철회 의사를 정식으로 밝힌 것. 복지부 공무원들은 “지경위 법안마저 철회된다면 외국병원 설립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구의 국내 영리병원 법안도 국회 행정안전위에 계류돼 있지만 법안이 심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중앙정부 재정지원 등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 놓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에 상정된 영리병원 법안은 대한의사협회의 반대로 재심의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의사협회가 동네병원 붕괴를 우려하기 때문에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통과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시류에 따라 의견이 오락가락하는 정치인들도 영리병원 표류에 한몫하고 있다. 정부 여당 청와대는 지난달 당정청 협의를 거쳐 영리법원 처리에 힘을 모으기로 했지만 한나라당 이 의원은 한 달도 되지 않아 협의안을 뒤집었다.

민주당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영리병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 송영길 인천시장이나 우 지사는 취임 초기 추진안에 사실상 반대했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요즘 민주당은 ‘영리병원이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는 보건의료노조의 주장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

결국 영리병원은 실험무대에도 오르지 못한 채 정치인과 이익단체의 입맛에 따라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런 식으로 흐른다면 한국에서 영리병원의 출현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위용 교육복지부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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