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航母시대’ 중국이 몰고 올 동북아 안보 불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중국의 첫 항공모함 바랴크가 어제 시험 항해를 시작했다. 5만9000t 규모의 재래식 항모(航母) 바랴크는 승조원 2600명을 태우고 항공기 50여 대를 탑재할 수 있다. 중국은 1998년 우크라이나에서 미완성 항모를 2000만 달러에 사들여 실전용으로 개조했다. 중국은 해양대국의 오랜 꿈을 실현했다지만 주변 국가에는 군사력 균형을 흔드는 불안 요인으로 다가온다. 동아시아를 넘어 태평양과 인도양의 세력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항모 보유는 군사적으로 후방 공항을 최전방으로 옮기는 것과 같다. 중국이 바랴크에 행동반경이 800km에 이르는 Su-33 전투기를 탑재해 서해에 배치하면 우리나라 영공 대부분이 작전 반경에 들어간다. 중국은 방어용이라고 주장하지만 항모를 공격용과 방어용으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국 스스로 외국의 항모를 직접적인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다. 작년 천안함 폭침 이후 한국과 미국이 서해에서 실시하려던 연합훈련에 미 항모가 참가하기로 하자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중국의 국방비는 780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였다. 전년에 비해 14.9%가 늘었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의 실제 국방비를 공식 발표의 2배로 추정한다. 중국은 최근 대륙 중심의 군사전략을 해양으로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까지 4만8000∼6만4000t급의 핵추진 항모 2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중국 군함 2척이 100여 명의 중국 사관생도를 태우고 4일 북한의 원산항을 방문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 함정은 동해를 통과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북한으로 갔다. 머지않아 중국 항모가 동해를 거쳐 북한을 오가며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위력을 과시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동북아 안보 구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우리 혼자의 힘으로 맞서기는 어렵다.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일깨운다.

제주도에 설치될 예정인 해군기지는 서해를 넘어 태평양으로 힘을 뻗칠 중국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우여곡절 끝에 2010년 기지 공사가 시작됐지만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등 소수의 반대 세력이 기지 주변의 강정마을에 몰려들어 6월 건설 작업이 중단됐다. 제주 해군기지가 중국을 자극해 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좌파 단체들이 중국 항모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다. 안보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가 위태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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