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美신용등급 내린 中신용평가회사의 두가지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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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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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국제부
구자룡 국제부
“서방의 신용평가기관들은 이중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이익에 얽매여 평가를 한다.”

미국 의회가 진통 끝에 정부 부채 상한 인상에 합의한 다음 날인 3일 중국의 신용평가회사인 다궁(大公)의 관젠중(關建中) 총재는 이렇게 직격탄을 날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나 무디스 등이 미국의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다궁은 이날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에서 A로 한 단계 내렸다.

관 총재는 “미 정부 부채한도 상향 조정으로 채무 불이행(디폴트)은 모면했지만 아직 투자자의 안전과 이익을 보장할 수 없다”며 서방 평가회사들이 회사 이익을 위해 등급 조정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훈수’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서방의 3대 신용평가기관이 ‘조기경보 기능’을 제대로 발휘했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그렇지만 1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이 회사들을 다궁이 비난하는 것을 보면서 ‘중국 경제의 뒷배경’을 업고 세계의 신용평가 부문에도 목소리를 높이고자 하는 중국의 야심을 읽게 된다.

이는 다궁이 1994년 3월 발족할 때의 취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언론은 당시 “다궁의 탄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맞아 국제금융체계에서 중국이 대국의 역사적 책임을 다하는 것과 관련 있다”고 전했다.

다궁은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과 국가경제무역위원회의 승인으로 설립됐다. 중국 정부가 승인한 기업이나 지방정부의 채권을 평가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석박사급 200여 명을 포함해 직원이 500여 명에 이른다.

다궁이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린 날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은행장은 성명에서 “미국 정부와 의회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이익을 고려한 책임 있는 정책을 실시해 국채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완곡하지만 미국에 대한 경고다.

중국은 5월 말 현재 1조1600억 달러의 미 국채를 갖고 있는 최대 보유국이다. 약 3조2000억 달러의 외환 보유액 중 70%가량을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미 경제가 디폴트는 면했지만 다시 더블딥(경기회복 후 침체)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다궁처럼 존재감도 미약했던 평가사들까지 목소리를 높이게 하는 중국의 속내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달러화 자산 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과 함께 ‘기우는 달러 제국’에 대한 우월감이다. 중국 스스로 그 같은 자신감에 걸맞은 신뢰도와 투명성을 갖추기를 바랄 뿐이다.

구자룡 국제부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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