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권효]울릉도 주민이 독도 논란에 냉담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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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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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사회부
이권효 사회부
“뭘 공항에서 막고 난리고…. 이런 식으로 하니까 일본이 더 그러는 거 아이가.”

울릉도 관문 도동항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운전사들은 4일 일본 국회의원들의 ‘인천공항 쇼’를 입길에 올렸다. 윤경길 씨(45)는 “누구라도 독도에 오고 싶으면 울릉군에 입도(入島) 신청을 하면 된다”며 “일본 의원들한테도 입도 신청을 요구하면 그 자체가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 말에는 정부보다 한 수 위 ‘내공’이 들어있었다.

울릉도에는 이런 일이 생길 때면 정부가 대처하는 방식이나 독도를 위해 내놓는 이런저런 정책을 또 다른 쇼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 2005년 3월 일본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이름)의 날’을 제정했을 때를 비롯해 한번씩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때마다 정부는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을 강화하겠다는 말을 쏟아냈다. 6년이 지난 지금 눈에 띄는 성과라면 2009년 건조한 80억 원짜리 독도관리선(177t)이 있다. 또 30억 원을 들여 독도 서도에 있던 낡은 주민(어민)숙소를 증개축해 5일 준공식을 여는 것 정도다.

정부는 최근 울릉군의 숙원인 경비행장 건설을 적극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섬 일주도로 미개통 구간도 올해 안으로 착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다지 미덥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1963년부터 시작한 울릉일주도로(44km) 공사는 4km를 남겨놓고 2001년부터 중단됐다. 반면 독도에서 150km가량 떨어진 일본 시마네(島根) 현 오키(隱岐) 섬에는 1960년대 초에 비행장이 만들어졌다. 시마네 현은 독도를 죽도(다케시마)로 이름 지어 오키 섬 부속으로 100여 년 전 고시(告示)했다. ‘울릉민국 그리고 그들의 삶’이라는 책을 낸 배상용 울릉군의회 부의장은 “일본의 도발로 한번씩 반짝 이벤트가 벌어질 때마다 울릉도는 더 외로워진다”며 “5000t 정도의 전천후 여객선부터 하루빨리 들어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동항 뒷산 기슭 독도박물관 입구에는 사운 이종학 선생이 독도를 향해 누워 있다. 그는 2002년 별세할 때까지 30년 넘게 독도가 한국 땅임을 증명하는 자료 1300여 점을 묵묵히 모았다. 독도박물관이 세워진 것도 그의 이런 끈질긴 땀과 노력 덕분이다. 이승진 독도박물관장은 “이럴 때면 사운 선생이 더 생각난다”고 했다. 잊을 만하면 도지는 일본의 독도 망동에 대처하는 정부 움직임이 ‘쇼’ 수준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닌지 울릉도 주민들은 말없이 묻고 있다.

―울릉도에서
이권효 사회부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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