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해, 정치공세 말고 재발방지 주력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30일 03시 00분


나흘 만에 비가 그친 어제 전국 각지의 수해 현장에서 복구의 삽질이 분주했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현장에는 군, 경찰, 소방관, 시구청 공무원 등 1만8000여 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 작업을 벌였다. 자원봉사자 3000여 명도 빵과 물을 들고 달려왔다. 다음 주초 다시 많은 비가 온다는 예보다. 지금은 만사 제쳐놓고 수해 복구와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수해 책임을 둘러싼 정치공세를 펴느라 바쁘다. 민주당은 이번 수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권 욕심에 사로잡혀 전시(展示) 행정에 치중한 결과 빚어진 인재(人災)라고 비판했다. 전시 행정의 사례로 무상급식 주민투표도 거론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쓰이는 돈보다는 전면 무상급식 지원에 드는 돈이 훨씬 많다. 최소한 토목 사업 예산을 깎아 복지 예산을 마련하자고 주장한 민주당이 할 소리는 아닌 듯하다.

민주당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료를 근거로 오 시장이 수해방지 예산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 화를 자초했다는 주장을 폈으나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은 오히려 매년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채소값 폭등의 원인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경작지 감소라고 주장했다가 4대강 주변 채소밭 면적이 미미하다는 자료가 나와 창피를 당한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다.

이번 수해는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따른 천재지변과 산사태 위험 간과 등 인재의 요소가 결합돼 있다. 그러나 원인과 책임 소재를 과학적 객관적으로 밝히는 일은 복구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숙려(熟慮) 기간을 가져야 좋은 대책이 나온다. 서울지하철이 과거 침수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지하철역 입구 계단을 50cm 높이고 ‘침수 피해 매뉴얼’을 만들어 반복 연습한 결과 이번 폭우에는 큰 침수 피해가 없었다.

산사태로 16명이 숨진 서울 서초구 주민이 진익철 구청장을 보는 눈이 곱지 않다. 진 구청장이 임기 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우면산 생태공원 정비를 서두르면서 지난해 비 피해의 복구공사는 늑장을 부렸다는 것이다. 오 시장에 대해서도 재난안전을 위한 투자보다는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같은 도시의 외모 바꾸기에 치중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전시성 성과에 매달리느라 도시기능 정비를 소홀히 한 점이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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