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영숙]온실가스 감축 ‘미 퍼스트’자세로 앞장서자

유영숙 환경부 장관

지난해에는 장마가 없다고 하더니 올해는 예년 수준의 3배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해마다 예년과 다른 기후를 접하면서 기후변화를 실감한다. 이제 기후변화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더 심해질 기후변화를 겪어야 할 우리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선진국은 이미 기후변화에 대비하며 녹색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그린 레이스’를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2013년까지 기후변화 연구에 약 14조 원을 투입하여 녹색기술 개발을 촉진할 계획이다. 2012년부터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적용하여 이를 지키지 못하는 자동차회사에 일정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미국은 2005년 대비 17% 감축이 목표이고,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도 국내총생산(GDP) 생산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40∼45%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산업화 시대를 주도하며 세계를 이끌었던 선진국들이 녹색 경쟁력을 무기로 또 한 번 앞서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 60년 국가비전으로 선포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과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2012년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 유치는 높아진 우리나라의 환경 국격을 실감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12일 국무회의 때 보고된 부문별, 업종별, 연도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번 감축 목표는 2009년 제시한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목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느 분야에서 어떤 방법으로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줄일 것인지를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감축 목표와 현실적인 감축 수단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녹색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로드맵이 마련된 것이다.

2007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GDP의 35.4%를 수출에 의존할 정도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기후변화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번 감축 목표는 국가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지난 1년간 최신의 과학적 기법과 온실가스 감축기술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마련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관계부처와 전문가가 모두 참여해 부문 간 형평성과 국제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초기에는 저비용 위주의 감축 방안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2015년 이후에는 적극적 감축 수단을 도입하여 신흥경제국 최초로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동시에 달성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이제 목표가 정해진 이상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아갈 때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온 대한민국의 저력으로 ‘어차피 가야 하는 길이라면 따라가지 말고 내가 먼저 앞서 가자’라는 미 퍼스트(Me First) 정신으로 하나 될 때다.

우리가 두 번의 실패 끝에 감격스럽게 유치한 평창 겨울올림픽은 탄소배출 제로 올림픽으로 개최될 것이다. 올림픽만이 아니다. 이제 사회, 문화, 경제 전반에서 탄소 줄이기가 대세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저탄소 사회로 탈바꿈해야 한다. 국민과 산업계가 함께 꿈꾸고 노력한다면 그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린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출발선상에 서 있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