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성우]금융감독권 개편, 소비자 부담도 고려해야

  • Array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성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성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상호저축은행 비리 때문에 시작된 금융감독권 개편 논의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의 설립이 검토되고 있다. 기존 금융 감독업무가 건전성에만 치중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로운 기구를 만들려면 기존 체제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금융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금융위법)에 따르면 금융감독기구 설치의 목적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있다. 즉, 금융감독원은 금융상품이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지 감시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손해만 끼쳤으니 금융감독원을 없애고 새 감독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대체인력이 없을 경우 실익도 없다. 새 기구를 만드는 동안 감독의 공백이 생겨 금융소비자는 더 불안해 할 것이고 감독업무의 전문성을 감안할 때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우므로 금융감독원 인력이 새로운 기구로 직장만 옮기는 꼴이 되고 만다.

금융소비자를 위한 금융감독권 개편이라면 먼저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고려해야 하고 금융소비자는 새로운 감독기구의 보호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이 자신의 몫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현재 금융기관은 금융위법 제47조 제1항에 따라 금융감독원에 검사 분담금을 납부한다.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가 생긴다면 기구 설립 비용과 추가 분담금이 필요하게 된다. 또 건전성 감독기구는 부채구조 파악을 위해 금융상품 자료를 요구하고 소비자보호기구는 예금·대출이율 차의 적정성 조사를 위해 자산운용 자료를 요구할 것이다. 이처럼 같은 자료를 복수의 감독기구가 요구하는 양식에 맞춰 제출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영국에서는 2010년 금융감독청을 없애고 새로운 감독기구를 만들어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권을 나누기로 했다.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 후 연방준비은행에 소비자보호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영국에서 감독권을 나눈 이유는 보수당이 야당시절 내세웠던 선거공약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감독비용은 늘어나게 됐다. 미국은 금융감독권이 분할돼 있다. 연방준비은행이 회원 은행과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감독권을 갖고 있으며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2조3000억 달러나 푼 특수한 사정이 있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직원의 비리로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쳤으므로 이번 감독권 개편안에는 금융감독원에 응분의 책임을 묻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예상 가능한 조치는 첫째, 금융감독원의 폐지다. 이는 앞에서 보듯 비현실적이고 실익도 없다. 둘째, 금융감독권 일부 이관이다. 이때는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감독기구 설립은 금융소비자의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가중하는 중복 규제이므로 효율적이지 못하지만 상호저축은행 검사권을 예금보험공사에 주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은행·금융투자·보험업은 상호저축은행업과 업무 연관성이 없으므로 중복 규제 문제도 없다. 금융감독원이 받던 분담금을 예보로 넘기면 되고 기구 설립 비용도 필요 없다. 예보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100조 원 넘는 빚을 떠안았다는 점에서 연방준비은행과 비슷하고 상호저축은행 정리업무 및 공동검사업무를 계속 해와 공백 없이 감독업무를 인수할 수 있다.

이 기회에 중앙은행과 감독기구와의 관계도 정립해야 한다. 금융산업 최후의 보루인 한국은행은 금융감독원과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 제88조와 금융위법 제62조에 따른 공동검사권 및 시정조치 요구권을 갖고 있다. 만약 한국은행이 통화신용정책에 필요해 금융감독원장에게 공동검사를 요구했는데 거절당한다면 금융감독원장 임명권자에게 이를 알려 책임을 묻게 해야 한다. 협조가 안 되니 단독조사권이 필요하다는 한국은행의 주장은 책임은 지지 않고 권력만 원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이성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