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래정]중국 투자 리스크 커지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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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해외시장에 물건을 사고팔아 한 해 2600억 달러나 남기는 무역대국이 있었다. 손해를 본 상대국들은 환율로 가격을 낮췄다고 비난했지만 이 나라 역시 넘쳐나는 달러가 돈 홍수를 이룬 탓에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결국 20년 넘게 수출 많이 하는 기업에 줬던 세금 혜택을 없앴다.

공해산업에 칼 들이대는 中정부

이 나라 물건이 세계를 장악했다고 해서 그것을 만드는 근로자들의 형편이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다. 근로자들이 시골 가족에게 보내는 급여는 미래를 꿈꾸기엔 턱없이 모자란 생계비 수준이다. 이런 내륙 출신 근로자가 2억 명이라면 이는 체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사회정치적 이슈가 된다. 해법은 무엇일까. 당장 ‘곰더러 재주 부리게 하고 돈만 챙긴’ 사육사의 주머니를 터는 것이다.

이 나라가 어디인지 눈치 챘을 것이다. 주요 2개국(G2)이라 띄우면서도 선진국들이 자국 기업들을 홀대한다고 비난하는 중국이다.

중국의 숨 막히는 도심 스모그나 물고기가 사는 게 도무지 신기할 정도로 혼탁한 하천을 바라보면 G2급 성장에 가려진 위기감을 체감할 수 있다. 세계는 중국더러 하마처럼 에너지를 집어삼키며 이산화탄소를 뿜어낸다고 질타한다. 중국의 대응이 에너지 소모기업과 오염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쪽으로 흐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후진타오 등 4세대 지도자들은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라는 질문에 매달려 왔다. 이들의 문제의식이 11차 5개년 규획(11·5)으로 공식화됐고, 올해 시작된 12·5 규획에서 더욱 집요해졌다.

문제는 중국의 초고속 성장만큼 성장 후유증도 빨리 불거져 여기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 공산당의 대응도 신속하거나 경우에 따라 강제성을 띤다는 점이다. 산업정책 방향에 어긋나는 과거 패러다임에 안주하는 기업들은 귀찮은 존재로 억제 대상이다. 하물며 사회적 기여가 떨어지는 외국 기업들이야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최근 한국 기업들이 곳곳에서 중국 정부나 언론의 견제를 받는 것은 이와 관련이 깊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 구로공단이 정보기술(IT)산업단지와 쇼핑타운으로 변모한 과정을 생각해보자. 우중충한 공단이 쇼핑 오피스타운으로 변모하려면 공장을 뜯어내고 도심을 재개발해야 했다. 싼 임금으로 공장을 돌렸던 노동집약형 기업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해외로 설비를 뜯어 옮기거나 더 비싼 임금을 줘도 버틸 만한 생산라인으로 갈아타야 했다. 연해지역에 벌여 놓은 한국의 생산 공장도 똑같은 운명이다.

한국에서 시장의 힘에 의해 민주적 입법 절차를 거쳐 진행된 이 같은 구조조정은, 중국에선 당이 청사진을 짜고 행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입안하며, 관영 언론매체의 여론몰이로 2, 3배 빠르게 진행된다. 이 속도전을 기피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기지 못하면 세계의 시장은커녕 세계의 공장에서도 찬밥 신세로 전락한다.

中 고객이 원하는 가치 제시해야

중국과의 공존은 외국 기업들한테는 생존의 공간이자 성공의 지름길이다. 30년 전 중국은 돈과 기술이 없어 13억 시장으로 외국 기업을 끌어들였다. 전자입국(立國)을 외친 덩샤오핑은 일본에 날아가 전자 메이저사들을 상대로 사실상 구걸외교를 했다. 이젠 글로벌 전자기업들이 첨단공장을 지으려 해도 중국 공산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21세기 중국의 글로벌 파워가 지금보다 커지리라는 데 이견은 없지만 중국 사회 곳곳은 여전히 개도국 수준의 난제들로 얽혀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과 공존하는 길은 중국 경제와 고객들이 갈구하는 가치를, 그들이 원하는 시기에 제시하는 힘을 갖추는 것이다. 그 가치는 그들이 원하는 부품이나 기술일 수도, 이미지일 수도, 사회적 기여일 수도 있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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