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핵화 불확실한 ‘천안함 면죄부’ 안 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4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제15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식 축사에서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됐지만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북한 핵 및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분리해 접근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의 대북(對北) 정책 기조로 사실상 ‘투 트랙 전략’을 선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5월 9일 베를린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면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대하겠다”고 제안할 때만 해도 “북한 사과문제는 6자회담이라든가 여러 가지 남북문제의 기본”이라고 했다. 두 달 사이 북한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북의 대남(對南) 압박 강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할 정도로 신의도 저버렸다.

이 대통령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2012년을 강성대국 건설의 해로 잡은 북한은 농축 우라늄 개발 진전으로 머지않아 3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엔 제2의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완성했다. 국가안보가 중차대한 상황에서 천안함 연평도와 함께 비핵화를 병렬(竝列)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도 있다. 국내적으로 남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데 대해 불편해하는 목소리가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대북정책 기조가 핫이슈로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오로지 북한의 선(先)사과를 고수한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정치적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은 그대로인데 우리만 태도를 바꾼다면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다수 장병과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갈 수는 없다. 과거의 예에서 보듯 6자회담을 한들 북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리비아 사태를 비롯한 중동의 민주화 바람을 보면서 김정일은 거꾸로 핵을 지키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다짐을 굳혔을지도 모른다.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핵화라는 결실을 얻지도 못하고 자칫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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