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철]대학교육, 잘 가르치는 것이 시작과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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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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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
김철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
어느덧 한 학기가 끝나가고 있다. 이번 학기에도 이른바 ‘반값 등록금’과 KAIST 문제 등 대학 교육 관련 뉴스의 비중이 낮지 않았다. 늘 반복하는 학기이고 강의이지만 역시 강의, 그리고 그것을 포함하는 대학 교육은 어렵다.

교육 환경이 많이 변하고 있다. 대학 교육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과 세계적인 흐름, 산업계의 요구가 변하고 개별 학문의 깊이 있는 독자성이 강조되는가 하면 융합과 복합에 방점이 찍히기도 한다. 고등교육 정책이 변하고 창의와 인성이 강조되는 등 대학 교육을 둘러싼 큰 조류는 쉼 없이 변해왔다. 그 변혁의 와중에 개인적인 변화가 더해졌다.

20여 년 전 미국의 학위 과정 중에 인근 대학에서 소수민족 학생과 교도소 수감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한 이래 미국과 한국, 캐나다 등 상이한 문화권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부와 대학원 강의를 해왔다. 체감하는 변화의 폭과 깊이는 항상 달랐다. 효과적이다 싶은 굵직한 방법론과 집중을 유도할 수 있겠다 싶은 미세한 테크닉을 사용하고,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하는 과목, 10여 명과 마주보며 강의하는 과목 등 주어진 과목의 상황에 맞는 교수법을 적용하려 애써 왔지만 학기가 끝나고 나면 항상 아쉽고 뭔가 미진하다고 느꼈다.

사실 대학의 훌륭한 교육에는 많은 필요조건이 있다. 국가의 거시적인 교육정책에서부터 대학 교육을 지원하는 대학 행정조직의 효율성, 한 학기를 운영하는 미시적인 지침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대학 교육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교수법의 지속적 개발과 훈련, 학교의 교육 목표에 부합하는 학생들의 선발 등등. 또한 이런 많은 변수와 조건들을 조절하고 한정된 자원을 분배하고 구성원들이 열정을 불사르도록 하는 리더십 역시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연구 못지않게 잘 가르치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 대학 교육은 전도가 밝다고 봐야 하지만 산적한 문제들이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기본적으로는 연구와 교육은 분리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연구 수준이 다양한 것도 사실인 만큼 연구와 교육의 관계를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가가 대학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여러 사업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한다.

등록금 경감과 더불어 논의되는 대학 구조조정뿐 아니라 대학원 구조조정도 필요하며, 교육을 위한 연구 혹은 연구를 위한 교육의 비중을 조정하여 각 대학이 그 특색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국가와 지역사회, 교육 소비자들이 유도해야 한다. 대학 학령 세대의 문화적 변화에 대응하는 것에서부터 사교육을 포함하는 교육의 전반적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재원 마련에 이르기까지 깨끗이 선결하기 힘든 문제들과 더불어 대학 교육은 굴러간다.

이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각각의 강의실이 살아 있는 것이다. 그 강의실이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배우는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충분하든 부족하든 간에 어려운 대학 교육의 실마리를 강의실에서 풀기 시작하여 그 결실을 강의실에서 보아야 한다. 좋다는 교육방법을 상이한 교육 목표와 내용을 가진 교과목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강의 환경이 다르고 배우는 학생들도 천차만별이므로 항상 정답인 교수법은 없다고 봐야 한다.

강의실에서 교수의 역할이 단순한 지식 전달은 아닌 방향으로 점점 변하는 이때 창의성이 더더욱 긴요한 것이 바로 강의실이다. 창의적인 교수법과 살아있는 강의 운영, 학생들의 다양한 맥락과 배경 변인을 아우르는 교육철학이 있는 강의실이 바로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에 필수적인 연료다.

모호한 표현이고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잘 가르치는 것’, 이것이 어려운 대학 교육을 다루어 나가는 첫걸음이다.

김철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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