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조 원 등록금 재정 지원, 대학 구조조정 선행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한나라당이 2012년 1조5000억, 2013년 2조3000억, 2014년 3조 원의 재정을 투입해 단계적으로 학생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대로라면 매년 대학이 부담해야 하는 5000억 원의 장학금과 합쳐 2012년 15%, 2013년 24%, 2014년 30% 이상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고지서에 찍히는 등록금도 2012년 10%, 2013년 15%, 2014년 20% 정도 낮아진다. 한나라당이 일단 3년 계획만 발표했지만 2015년 이후에도 2014년 수준의 등록금을 유지하려면 매년 최소한 3조 원이 투입돼야 한다. 정부와의 조율과 국회 심의절차가 남아 있어 이 방안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5월 22일 ‘반값 등록금’ 추진을 거론하면서 6월 말까지 구체적 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6월 말 시한도 빠듯할 텐데 1주일이나 앞당겨 발표했으니 졸속이라는 인상을 준다. 27일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회동도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한나라당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대학등록금 문제는 정치적 경쟁심리로 조급하게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대학 구조조정과 등록금 인하를 위한 대학들의 자구노력이 빠진 것도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대학의 등록금 수준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지난 10년간 등록금이 사립대는 60%, 국공립대는 84% 올랐다. 등록금을 적립금으로 쌓아 2009년 기준으로 전국 149개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이 총 6조9000억 원에 달한다. 대학 관계자들도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면 현행 등록금을 20∼30% 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대학에 직접 재정을 지원하면 대학의 자율성이 훼손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도 정부의 간섭이 지나친 편이다. 정부 재정을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등록금 액수를 내리는 데 쓴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런 식의 발상이라면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논리도 궁색해진다. 한정된 재원으로 복지 수준을 높이려면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 위주로 지원하는 것이 옳다. 연간 3조 원의 예산을 저소득층 지원과 대학의 경쟁력을 위해 쓰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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