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무제]등록금 논란, 교육의 質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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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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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제 울산과학기술대 총장
조무제 울산과학기술대 총장
온 나라가 소위 ‘반값 등록금’ 논쟁에 휩싸인 가운데 국제경영개발원(IMD)이 17일 발표한 ‘2011년 국가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 만족도는 조사 대상 59개국 중 39위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 순위가 29위인 것을 감안하면 대학교육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에 한참 못 미치는 셈이다.

대학교육 만족도 하위권인 현실

한 국가의 경쟁력은 그 나라의 대학 경쟁력에 비례하고 대학교육의 질은 대학의 재정 투자에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세계 대학들은 교육의 질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이루기 위한 파괴적 교육혁신모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에서도 이를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새 연방기구로 교육선진화연구기관(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Education)을 설립하고 미래형 교육혁신모델 개발을 지시했다. 빌게이츠재단은 2010년 10월 ‘다음 세대 학습 도전’이라는 연구과제를 공모하는 등 파괴적 교육혁신모델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획기적으로 진화, 발전하고 있는 정보기술(IT) 관련 기술을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교수만이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기존 교육의 전제에서 탈피해 컴퓨터 기반의 학생 주도적 맞춤식 교육모델을 개발하여 교육의 질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 대학들은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이미 30% 이상의 비용 절감과 교육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가 다수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대학교육의 시간강사 의존율이 매우 높다.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시간강사 인건비는 줄잡아 연간 5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컴퓨터 기반의 새로운 교육모델 개발로 시간강사 의존도를 절반만 줄여도 연간 약 2500억 원의 등록금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대(UNIST)는 2009년 개교 때부터 모든 강의를 ‘100% 영어 강의’와 ‘블랙보드’라는 IT 기반의 학습관리시스템을 이용하여 시간강사 없이 진행하고 있다. 강의자료를 미리 블랙보드에 올려놓고 학생들로 하여금 선행학습을 하게 한 후 강의시간에는 토론수업을 유도함으로써 창의성을 개발하고 학습의 질을 향상시킨다. 이를 위해 모든 캠퍼스에 와이파이 망을 설치하고 전 교수와 학생에게 스마트폰을 갖게 해서 언제 어디서든지 블랙보드에 접속해 선행학습을 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교수들과 토론 및 질문을 할 수 있다.

IT 활용 땐 교육비 절감 효과도

과목에 따라서는 온라인 선행 학습을 한 후 일주일에 두 번 하던 교수의 대면 수업을 한 번으로 줄이는 블렌디드모델을 적용하여 교육의 질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한다. 이 방법은 울산과기대의 100% 영어 강의 조기 정착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KAIST 사태로 대학의 영어 강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울산과기대에서는 학생들이 오히려 대학의 100% 영어 강의 정책을 후퇴시키지 말라고 대학에 건의하는 것을 보면 학생들이 영어 강의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반값 등록금 문제 해법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 조급하게 서둘지 말고 차분하고 진지하게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학의 반값 등록금 문제 제기를 대한민국 교육모델을 기존 교육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파괴적 혁신을 통한 미래형 모델로 바꾸는 계기로 만든다면 지금 분출하고 있는 막대한 사회적 에너지는 나름대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조무제 울산과학기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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