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차지완]‘10년 관치’가 만든 우리금융의 PF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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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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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완 경제부 기자
차지완 경제부 기자
“아무리 돈을 벌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때문에 충당금(나중에 떼일 것에 대비해 미리 적립해 놓는 돈)을 쌓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지난해 수석부행장 시절 기자에게 한 말이다. 우리은행을 핵심 자회사로 둔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1조242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상당히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의 2조3839억 원에 비하면 딱 절반 수준이다. 덩치는 우리금융(총자산 346조 원)이 신한금융(329조 원)보다 크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반이 있는데도 신한금융을 따라잡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PF 부실이다.

2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3월 말 국내 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32.52%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신한은행(11.75%)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지방은행 중에서도 우리금융 자회사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이 각각 25.09%, 16.14%로 달갑지 않은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PF 부실은 우리금융 계열 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조사 대상 18개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과 연체율은 지난해 12월을 저점으로 ‘V’자형 상승 곡선을 그린다. 특히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9월 18.11%에서 작년 말 16.44%로 떨어지는 듯하다가 올 3월 18.35%로 치솟으며 전 고점을 갈아 치웠다.

우리금융이 2001년 출범 후 현재까지 대주주인 정부와 경영약정(MOU)을 맺으며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는데도 PF 위험 관리를 이처럼 형편없이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오랜 기간 우리금융을 지켜본 금융권 관계자들은 제법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는다. “금융기관을 약골로 만드는 데 관치(官治)만큼 좋은 것도 없어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경영진이 실적 쌓기에 급급해 PF 대출을 늘리다 보니 지금 골병이 든 것이죠.”

정부가 최근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 방안’을 내놓은 이후 우리금융을 금융공기업인 산은금융지주에 붙여 ‘메가뱅크’를 만들자는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동아일보가 경제·금융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명이 국유 거대은행 출현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자생적이라면 모를까 인위적인 국영 메가뱅크는 관치의 폐해가 더 많다는 것이다. ‘10년 관치’ 속에 PF 함정에 빠진 우리금융을 보고 있으면 전문가들의 의견이 ‘기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차지완 경제부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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