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종수]軍 가산점제 부활을 둘러싼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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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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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연세대 교수 행정학
이종수 연세대 교수 행정학
1999년 12월까지 공무원시험에서 제대군인은 만점의 3∼5%를 가산받을 수 있었다. 여성계와 장애인단체는 이 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2000년부터 군필자에 대한 가산점제도는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사라졌다. 국방부는 최근 가산점제도의 부활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논쟁에 불을 붙였다.

쟁점은 이렇다. 먼저 1999년 12월 23일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 과연 제대군인 가산점제도의 정당성을 부인했던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국방부는 제도 자체의 정당성이 거부됐다기보다는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본다. 여성계는 제도 자체의 불평등성을 들어 위헌적 요소를 그대로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해 계류 중인 개정안은 1999년의 제도와 달라졌다. 만점에 상관없이 3∼5%를 가산해주던 것을 2.5%로 낮추고 가산점을 받아 합격하는 인원이 전체 합격자의 2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개정안은 혜택의 수준을 낮춰 여성이나 장애인의 평등권에 대한 침해를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병역을 필한 남자의 일부도 반대하고 있다. 가산점제로는 제대군인의 1% 정도밖에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군인을 우대하는 충분한 제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과 교원 임용고사에 지원하는 제대군인은 전체 제대군인 수로 보면 극히 일부라는 뜻이다.

국방의 의무를 마친 사람에 대한 예우의 필요성, 법리적 충돌의 예방, 외국의 사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제대군인에 대한 가산점제도는 미필자의 평등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명목만 ‘신성한 의무’로 규정해 놓았을 뿐 돈 많고 힘 있는 사람의 자제들이 빠져나가는 현실에서 2년가량 국방을 위해 헌신한 사람에게 합당한 예우를 해주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공동체를 굳건하게 하는 최소한의 바탕이다.

둘째, 미필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수준이 최소화되도록 보완이 필요하다. 7급 공무원 공채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363명 중 47명의 합격자 변동이 생긴다는 분석이 있다. 47명의 미필자가 직접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방식보다는 양성평등 촉진을 위해 여성이 고시 합격자의 30%가 될 때까지 추가로 선발했던 방식을 원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셋째, 분명히 병역을 필한 남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만하다. 제대군인의 1% 정도밖에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군인에 대한 혜택은 가산점제도를 넘어 직업교육과 경제적 보상 등 입체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제대군인에 대한 서비스는 연금, 직업훈련, 배우자 교육, 주택 구입 지원, 생명보험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배우자나 가족이 공무원이 되려는 경우에도 우대하고 군 생활 중 장애를 입거나 작전에 참여해 훈장을 받은 제대군인에 대해서는 특별채용으로 공무원이 되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본질적인 과제는 제대군인 이전에 현역 사병들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무조건 억압하고 조이는 것이 군대라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군대를 갈 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2류 인간이 아닌 한 미군이나 이스라엘군이 하는 수준으로 군 생활을 개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것이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에 부합하기도 하려니와 군대에 대한 기피심리나 힘들었던 군 생활에 대한 보상욕구를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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