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조영주]알레르기, 봄의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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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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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대한알레르기 홍보이사 이화여대 의대 교수
조영주 대한알레르기 홍보이사 이화여대 의대 교수
“봄만 되면 재채기가 나 일을 할 수 없어요.”

“쉴 새 없이 콧물이 나와 짜증이 나요.”

봄에 찾아오는 환자 10명 중 7명은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감기가 기승을 부리고 황사와 꽃가루 등 천식을 유발하는 위험요인이 증가할 때면 더 많아진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알레르기에 의한 증상이라고 생각해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것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알레르기는 간혹 치명적이고 널리 퍼져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알레르기는 자신이 살거나 일하는 공간에 함께 있지만 심하지 않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레르기가 면역 이상 반응의 결과물인 염증을 일으키면 죽을 고생을 한 사람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결과가 달라진다.

알레르기는 피부에 일어나면 알레르기 피부염, 코에 침범하면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에 자리 잡으면 천식, 결막에 작용하면 알레르기 결막염 등 염증이 생기는 부위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이 가운데 정도가 심하고 가장 많이 앓는 질환은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5∼2009년 천식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5월 봄철 환절기에 월평균 38만5000∼43만7000명이 천식으로 병원을 찾아 전체 월평균 환자보다 9∼11% 많았다. 이는 봄철에 천식을 유발 또는 악화시키는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라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1998년 세계천식기구(GINA)와 유럽호흡기학회(ERS)가 주관이 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후원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가장 많이 창궐하는 5월 첫째 주 화요일(올해는 3일)을 ‘세계 천식의 날’로 선포했다.

한번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알레르겐은 완전히 회피하지 않는 한 계속 염증을 일으키면서 만성화되기 쉽다. 한 가지 알레르겐이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원인물질이 같은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결막염을 다른 질환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알레르기 질환들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같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한 가지 이상의 알레르기 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천식을 가지고 있거나 천식 환자가 아토피 피부염이나 식품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결막염 등이 동시에 혹은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환자도 있다. 이를 ‘알레르기 행진(Allergy March)’이라고 한다.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는 자신의 질환을 심각하게 만드는 악화요인을 찾아 차단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약물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천식의 경우 속효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증상 완화제와 천식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증상 조절제가 있다. 꾸준한 관리로 증상을 완화하려면 증상 조절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흡입제와 경구용 치료제가 있다. 흡입제는 주로 항염증제로 기도에 직접 작용해 부작용이 거의 없고 예방 치료 효과가 있다. 류코트리엔 조절제는 대표적인 경구용 천식 조절제로 기도의 염증에 관여하는 류코트리엔의 작용을 차단해 효과를 나타내고 천식 환자에게 주로 동반되는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알레르기 질환은 한 번에 완치될 수 있는 게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주변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건강을 관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조영주 대한알레르기 홍보이사 이화여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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