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은 핵 포기 기회 더는 놓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0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세계 50여 개국 정상들이 모여 핵물질의 불법 거래와 테러집단 유출 방지 등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에 북한 핵을 의제로 올려 집단적인 해결책을 찾자는 제안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있다면 국제사회의 안전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반대급부로 받을 수 있는 기회다. 이 대통령은 21년 전 분단을 극복한 독일에서 이 같은 초청 제안을 했다. 북한이 진정으로 남북의 긴장완화를 원한다면 북핵 해결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상식에 맞다.

작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는 ‘3S’로 불리는 핵안보(nuclear security), 핵안전(safety), 핵안전조치(safeguard) 가운데 주로 핵 안보를 논의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계’ 주창을 계기로 태동한 모임이다. 방사능 누출 등을 다루는 핵안전과 핵물질의 군사적 전용에 대한 대비가 대상인 핵안전조치도 얼마든지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에서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한반도 최대의 현안인 북한 핵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 사고를 계기로 북한 핵시설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백두산 화산의 분출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영변의 노후한 핵시설의 안전이 동아시아의 새로운 걱정거리로 부상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증진을 위해서도 핵안보정상회의 참여가 필요하다.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이 2년 넘게 중단됐지만 최근 재개를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북한과 중국은 남북회담, 북-미회담,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재개 방안을 수용했다. 우리 정부는 3단계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올 1월 북한에 남북 핵회담을 제의했다. 북한이 이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초청을 거부할 경우 3단계 6자회담 수용은 핵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위장전술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당장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핵 프로그램의 폐기 시기를 밝히고 국제사회에 다짐하는 수준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의에 참석해 세계 정상들에게 구체적으로 계획을 밝히는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그가 아랍권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민주화 바람을 보면서도 핵무기에 매달린다면 세계무대에서 점점 고립돼 결국 북아프리카의 독재자들과 같은 운명을 걸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초청 거부가 초래할 악영향을 따져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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