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는 금융권 부패 ‘특권동맹’ 대수술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4일 03시 00분


검찰이 발표한 부산저축은행그룹 불법대출 및 분식(粉飾)회계 수사 결과는 금융권 일각의 부패와 후진적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박연호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는 금융인이란 말이 부끄러울 정도다.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들은 대주주 전횡의 견제라는 본연의 업무는 내팽개치고 경영진과 한통속이 되어 불법행위에 가담했다. 이런 금융회사가 여기뿐일지 심히 걱정스럽다.

박 회장과 김양 부회장 등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5개 계열 저축은행에서 5조 원에 가까운 고객 예금을 불법대출했다.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2조4533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뒤 수백억 원의 배당을 챙겼다. 회삿돈 44억 원을 빼돌려 박 회장의 개인 빚을 갚은 혐의도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불법과 탈법을 저지른 셈이다. 검찰은 이번 사태에 일차적, 직접적 책임이 있는 대주주와 경영진을 형사처벌했지만 이것만으론 미흡하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떵떵거리며 산다’는 속설(俗說)을 깨기 위해서라도 이들이 숨겨놓은 재산을 철저히 추적해 환수 조치해야 한다. 계열사 확장 과정에서의 자금출처가 불투명하고 로비 의혹도 제기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

부산저축은행이 10여 년 동안 속이 곪아가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데는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 금감원은 2001년부터 1, 2년 주기로 정기검사나 부분검사를 했지만 비리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까지 아무런 제재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 저축은행 규제완화책이 나올 때마다 회사 덩치는 더 커졌다.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5개 저축은행 중 4곳에 근무하던 금감원 출신 감사들은 불법여신 집행에 적극 가담하거나 분식회계를 공모했다. 금감원 퇴직자들이 낙하산 인사로 저축은행 감사로 나가고, 남아 있는 현직들은 자신의 미래 밥그릇을 생각하며 이들과 유착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느라 화(禍)를 키웠다.

정부는 대주주, 임직원, 감독당국, 거액 예금주, 정치권이 한통속으로 돌아가는 부패의 ‘특권동맹’을 깨는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 전현직 금융당국자들이 썩은 금융인들과 유착한 사실이 밝혀지면 엄중히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금감원 퇴직자들이 금융회사 감사 등으로 스스럼없이 옮겨가는 전관예우도 매우 잘못된 관행이다. 금융권과 감독당국의 부적절한 공생(共生)을 조장하는 각종 제도를 확실하게 뜯어고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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