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 후원금 모럴 해저드 더 걷어낼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1인당 평균 1억5654만 원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3억 원 이상 모금자도 13명이나 된다. 그러나 전체 후원금에서 기부자의 신원이 공개되는 연간 300만 원 초과 기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16.5%에 불과했다. 국민이 국회의원 후원금의 정확한 실태를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국회의원들이 후원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베일에 가려 있다.

정치 후원금의 모금과 지출에서 걷어내야 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300만 원 초과 기부의 경우 기업인이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공천권을 쥔 해당 국회의원에게 주는 사례도 많다. 후원금을 주면서 반대급부를 바라는 ‘보험’ 성격의 후원금이다. 소액 후원금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사건에서 나타나듯이 대가성이나 ‘보험’ 성격으로 변질되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후원금의 수입과 지출 내용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선관위는 허위신고 부정지출 등을 심사한 뒤 문제가 발견되면 경고나 고발 조치를 한다.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신고 내용을 일정 기간 열람할 수 있게만 할 뿐, 국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인터넷을 통한 공개는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후원금 수입은 300만 원 초과 기부자만 공개되고, 지출은 선거비용에 한해 선거가 끝난 뒤 3개월 동안 공개될 뿐이다.

중앙선관위가 최근 선거비용 외에 다른 지출 내용까지 공개하는 쪽으로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낸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차제에 후원금 지출뿐 아니라 모금 내용도 모두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정정당당하게 후원금을 기부 받고, 공적인 용도에 맞게 쓰는 풍토를 만들려면 국민이 상세히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정치권이 기업과 단체가 정당을 후원할 수 있게 하고, 정치인들에 대한 ‘후원금 쪼개기’ 기부 관행을 합법화하려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다. 국민은 정치자금의 제한과 투명화를 지지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을 더 많이 거두기 위해 멋대로 정치자금법을 바꾸는 것은 입법권의 남용이다. 정치인 스스로 정치자금을 적게 쓰는 정치를 정착시켜 나가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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