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안함 보며 등장한 ‘新안보세대’ 든든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5일 03시 00분


서울 세종로 청계광장 입구에는 ‘천안함 47용사 추모 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46명의 해군용사와 이들을 구조하려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를 기리는 자리다. 26일 천안함 폭침 1년을 앞두고 이곳에는 시민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분향소는 7개 대학생 단체가 마련했다. 대학생들이 ‘47용사’의 분향소 설치에 적극 나설 만큼 젊은 세대의 안보의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386세대를 비롯한 일부 극좌 ‘민주화운동 세대’는 독재 정권과 싸우느라 안보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이들은 북한을 감상적인 민족주의 시각에서만 바라보거나 김일성 왕조를 숭배하는 일까지 있었다. 하지만 요즘 20대는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을 보면서 북의 호전성과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체험했다. 20대의 안보의식 변화는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KRC)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강력한 대북(對北) 제재를 통해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응답한 20대가 61.2%로 30대(50.8%) 40대(57.8%) 50대 이상(57.9%)보다 많았다. 또 ‘김정일 체제 유지에 악용될 수 있는 어떤 지원도 반대한다’는 답변도 20대(43.5%)가 30대(35.0%) 40대(32.9%)보다 많았다.

몇 년 전만 해도 군(軍)에 입대한 상당수 젊은이들은 ‘우리의 주적(主敵)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미국이나 일본이라고 대답했다. 친북 성향의 전교조 교사에게 받은 친북반미(親北反美) 교육에서 헤어나지 못한 인식이었다. 공군사관학교 생도가 “F-15K 전투기는 살인기계인데 이것을 사용할 군인이 된 것이 괴롭다”고 했을 정도였다. 20대는 경제발전과 민주화가 가져온 자유와 풍요 속에서 자란 세대다. 이들은 주적이 뭔지, 누가 주적인지 잘 모르고 성장했다. 그러나 천안함이 북의 어뢰를 맞아 침몰하고 연평도에 포연이 자욱한 광경을 지켜보며 현재의 번영이 순식간에 날아갈 수도 있음을 절감했다.

연평도 피격으로 우리 군인 2명이 전사했지만 해병대 지원율은 높아졌다. 2 대 1 정도였던 지원율이 3∼4 대 1이 됐다. 가장 힘들다는 해병대 수색대에는 모집인원의 20배 안팎의 젊은이들이 지원하고 있다. 우리 국토와 자유민주주의, 경제 번영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자주국방 의지가 젊은 세대 사이에 확산되는 것을 보며 마음 든든해진다. 참으로 중요한 안보자산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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