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용보험기금 방만하게 쓰면서 보험료 올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요율이 4월부터 0.9%에서 1.1%로 0.2%포인트 오른다. 월 급여 100만 원당 근로자가 1000원, 사용자가 1000원의 고용보험료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국민의 전체 부담은 연간 6500억 원 늘어난다. 고용노동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다 보니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부가 고용보험기금에서 거액을 빼내 사업을 벌이는 것을 보면 기금 사정이 나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용부는 내년 3월 개관을 목표로 경기 성남시 분당에 짓고 있는 종합직업체험관 ‘잡월드’에 고용보험기금 2000억 원을 투입했다. 전국 고용지원센터 청사 매입에는 총 5500억 원이 들어갔다. 잡월드 건립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청년 실업을 해소한다며 급조한 방안이었다. 이용자가 줄어 문을 닫은 일본의 직업체험관을 본뜬 것이어서 기금만 축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가(官街)의 소문대로 공무원들이 퇴직 후 내려갈 일자리를 만드는 용도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고용부는 고용보험기금의 두 개 ‘주머니’ 가운데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개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사용하고 있으므로 실업급여 주머니에 손댄 것은 아니라고 군색한 해명을 한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겠지만 빌딩 건축이나 매입은 일반회계 예산을 들여 하는 게 맞다. 잡월드 같은 사업은 고용보험기금 설립의 취지에 맞는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업급여 주머니에서 2002년부터 출산 및 육아 휴직수당을 지급한 돈이 1조7000억 원을 넘었다. 고용부는 “모성보호 사업은 일반회계에서 재정지원을 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임시방편으로 실업급여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쓰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사회안전망의 핵심인 실업급여가 2007년 이후 적자가 나 누적적자가 4조 원에 이른 것은 실업자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정부가 돈을 함부로 쓴 원인도 크다. 고용보험기금이 공무원들에 의해 방만하게 집행되는 일을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 실업급여를 갑자기 대규모로 지급해야 하는 긴급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국회와 감사원이 기금 운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기금을 허투루 쓰면서 실업자의 39%에게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현실부터 반성하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