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훈]북의 사이버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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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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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북한은 대남공작기관인 한국민족민주전선이 운영한 ‘구국의 소리’ 방송을 중단했다. 한국을 흔들 더 좋은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0년부터 태국 방송통신위성인 ‘타이콤(Thaicom)’의 채널을 빌려 한반도 전역으로 조선중앙TV를 쐈다. 이를 막기 위해 방해 전파를 쏘는 것은 국제협약 위반이어서 한국은 손을 못 썼다. 한국으로 완벽히 방송을 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북한은 “남북 모두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자”며 구국의 소리 송출을 중단한 것이다.

▷북은 2002년 일본에 ‘구국전선’ 서버를 구축해 ‘구국의 소리’ 방송과 같은 내용의 글을 띄웠다. 간첩과 종북(從北) 세력에 보내는 지령을 음어(陰語)로 보내기도 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중국에서 ‘우리민족끼리’ 서버를 이용한 인터넷 심리전에 들어갔다. 한국은 이것도 막지 못했다. 국내 포털을 통한 접속은 막아도 외국 포털을 통한 접속은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최강국인 한국의 현실을 역이용한 공격이었다.

▷첨단무기는 모두 미국 공군이 띄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위성의 신호를 받아 목표를 정밀 타격한다. 이라크전에서 미군은 GPS 오작동으로 미사일을 엉뚱한 곳으로 날려 보냈다. 러시아가 이라크에 제공한 GPS 교란기가 원인이었다. GPS는 휴대전화나 내비게이션에도 이용돼 오작동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4일 수도권 서북부에서 발생한 GPS 오작동은 북한의 개성과 해주에서 발사된 GPS 교란 전파 때문이었다. 한국민족민주전선이 구국의 소리를 쏘던 곳에서 북한군이 GPS 교란 전파를 쏜 것으로 분석됐다.

▷인터넷을 이용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은 2009년에 당한 경험이 있는 국정원이 대비를 해 피해를 덜 볼 수 있었다. 국정원은 3일 국방부 통일부 등 7개 국가기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악성코드를 긴급 분석해 백신업체로 보내 전용백신을 개발 보급했다. PC도 악성코드에 감염돼 하드디스크 파괴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GPS 교란이나 디도스 같은 북의 사이버 공격에 대해 민관군이 힘을 모아야 국가안보가 튼튼해진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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