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제균]MB 3주년을 예고한 ‘오래된 미래’

  • Array
  • 입력 2011년 2월 23일 23시 43분


코멘트
박제균 정치부장
박제균 정치부장
“돌아보면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당선자의 최대 우군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어떤 네거티브 공격에도 지지율이 빠지지 않는 ‘이명박 현상’의 가장 단단한 버팀목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피로감이 빚어낸 ‘노무현 효과’였다.”

동아일보 2007년 12월 20일자 A3면 [이명박 시대]<1>압승의…

MB 3주년에 겹치는 노무현 3주년

내일은 이명박(MB) 대통령 취임 3주년. MB가 당선된 날 내가 썼던 기사를 찾아봤다. ‘이명박 시대-압승 의미와 과제’라는 해설에서 위와 같은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궁금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3주년은 어땠을까. 5년 전 이맘때 동아일보 기사를 찾아봤다. 놀랍게도 ‘안티 노무현’ 민심에 크게 힘입어 당선된 MB의 3주년과 겹치는 대목이 적지 않다.

2006년 2월 25일. 노 전 대통령은 MB가 20일 했던 것처럼 취임 3주년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등산을 했다. 그는 산에 오르며 “대통령이나 정부, 국회든 5년의 계획을 세워 제대로 일을 하려면 중간에 선거가 너무 많은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해 취임 후 처음 개헌 논의를 촉발했다.

MB도 이달 1일 “개헌은 여야가 머리만 맞대면 그렇게 복잡할 것은 없다. (지금 하는 것은) 늦지 않고 적절하다”고 말했다. 취임 후 사실상 처음으로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기 3주년에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한 두 대통령. 비로소 일할 만한데 남은 임기가 더 짧다는 초조함이 5년 단임 헌법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했을까.

2006년 2월 22일.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전략적 유연성’ 관련 문건 유출자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드러났다. 이 문건은 외교통상부가 미국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지지하는 외교각서를 교환하면서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내용. 당시 한미관계는 물론이고 국내정치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렀다. 더 충격적인 일은 이 문건이 대통령 집무실 옆방인 제1부속실에서 새나왔다는 것.

참으로 어처구니없었던 이 ‘사고’는 최근 국가정보원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과 겹친다. 대통령직속 특급보안기관의 나사 풀린 시스템, 외교적 파장과 국제적 망신은 물론이고 유출을 둘러싼 권력투쟁설까지…. 당시는 소위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첨예할 때였다.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돈 3주년은 임기 초와 같은 활력과 긴장감을 유지할 수 없다. 레임덕은 대통령과 지근거리인 청와대나 국정원으로부터 시작되기 십상이다. 주군(主君) 퇴임 이후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측근이 늘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부터다. 임기 말로 치닫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잡으려는 ‘궁중암투’도 치열해진다. 이런 정치적 요인들이 부닥치면서 ‘국정 안전사고’도 이어지게 마련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던가. 특히 한국의 5년 단임 대통령의 역사는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3주년은 5년 후 MB 3주년을 예고하는 ‘오래된 미래’였다.

노 정권 末이 ‘오래된 미래’ 안 되길

더 큰 문제는 ‘3주년 이후’다. 노 전 대통령이 개헌의 운을 뗀 날, 청와대는 “개헌과 연결시켜 기사가 나가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펄펄 뛰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뒤에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고, 결국 좌절했다. 3주년을 맞아 개헌 의지를 보인 MB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NSC 문건 유출에서 드러난 외교안보 난맥상과 권력암투는 급기야 노무현 정권 말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때 현직 국정원장이 자신은 물론이고 정보원의 신분까지 노출하는, 희대의 ‘김만복 쇼’로 이어졌다. MB는 구제역 침출수처럼 흘러나온 특사단 사건의 국정운영시스템 누수를 어떻게 처리할까. 노무현 정권 말이 MB 정권 말을 예고하는 ‘오래된 미래’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박제균 정치부장 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