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인세 준조세 동반성장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동반성장위원회가 50여 개 대기업의 동반성장 실적 평가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동반성장지수’안(案)에 대해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및 자동차 전자 등 5개 업종단체는 “공정거래협약으로 평가한 95개 대기업 중에서 ‘최우수’는 3개사에 불과했다”면서 “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평가 결과를 모두 공개해서는 안 되고 대기업의 물품을 공급받는 수요 기업의 대기업 평가는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산업연구원은 간담회를 17차례나 열어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지수를 개발했다지만 재계는 동반성장의 주체인 대기업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7개 경제단체에 따르면 2009년 기준 매출액 상위 5개 기업이 자금지원 부문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으려면 2조8500억 원을 지원해야 한다. 2009년 5개사의 법인세 4조9000억 원의 5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의 조사 결과 2009년 국내 기업이 부담한 준(準)조세가 법인세의 92.5%에 이른다. 동반성장 부담까지 추가되면 기업의 총부담은 법인세의 250%나 된다. 세금보다 세금 이외의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법인세만으로도 부담이 가볍지 않다. 2007년 기준으로 전체 세수(稅收) 중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은 15%로 일본(17%)보다는 낮지만 미국(11%) 프랑스(9%) 독일(6%)보다 높다. 세계 각국이 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은 법인세 최고세율(22%) 인하 계획을 보류하면서 사실상 ‘동반성장 세금’을 추가한 셈이다.

기업이 이익만 추구해서는 오래 살아남기 어렵고 환경과 사회도 함께 생각하고 투자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지난 몇 년간 일부 수출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린 반면에 중소기업들은 양극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동반성장 노력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참여해 지난해 확정한 ‘사회책임 국제표준(ISO 26000)’도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정부의 압박에 밀려 대기업이 마지못해 하는 동반성장은 오래갈 수 없다. 정부의 감시가 소홀해지면 시들해질 우려가 높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뿌리 내리게 하려면 동반성장위가 처음부터 몰아치지 말고 기업이 기꺼이 실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목표를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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