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기용]“보복타깃 될라” 선박 보안강화 고민 커진 해운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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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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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산업부
김기용 산업부
아덴 만에서 이뤄낸 대한민국 해군의 ‘퍼펙트 작전’에 온 국민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특히 피랍을 각오한 채 위험지역을 드나들 수밖에 없는 해운업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환영하고 있다. 그동안 ‘태극기를 단 배는 해적들의 봉’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쾌거로 모두가 기뻐하고 있지만 해운업체들의 걱정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이번 일로 향후 대한민국 국적 선사가 해적들의 ‘보복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2년 전 미국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2009년 4월 미국 국적의 ‘머스크 앨라배마’ 호가 해적에 납치됐을 때 미국은 특수부대를 동원해 해적 3명을 사살하고 선장 리처드 필립스 씨를 구해냈다. 그러자 해적들은 미국 선박에 대한 보복 공격을 공언했고, 실제로 미국 화물선 ‘리버티선’ 호에 로켓공격을 가했다.

예기치 못한 반격을 받은 후 미 하원은 자국 선박에 무기 탑재와 자위권 행사 등을 인정하는 내용의 ‘미국 선원과 선박 보호법(United States Mariner and Vessel Protection Act)’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원의 직접 무장까지는 아니지만 ‘사설 보안요원 탑승 의무화’가 더 빨리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해운업체들은 보안요원 4명을 배에 한 번 태우는 데 최대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나 들기 때문에 당초 반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불과 며칠 사이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아졌다. 여기에는 해적의 보복 우려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체들은 청해부대가 대한민국 해군의 위상을 드높인 만큼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보안요원의 양성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선박 보안요원은 프랑스 영국 미국 출신 용병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한국선주협회는 외국 용병으로 구성된 보안요원 탑승을 의무화하면 연간 300억∼500억 원이 고스란히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추산한다.

해운업체들이 외국 용병을 고용하는 것은 이들의 ‘우월한 전투력’ 때문이 아니라 용병 뒤에 버티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 해군 때문이다. 자국민인 용병이 공격을 받으면 군이 즉각 개입한다는 점을 해적들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청해부대의 쾌거가 ‘일회용’에 머물지 않으려면 보안요원 양성과 선박 내 선원 피난처 설치, 선원 교육 등 복합적인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해적들이 진정으로 ‘태극기’를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김기용 산업부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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