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백승주]한반도 ‘제2 청일전쟁’ 구도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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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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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 군사도발이 한반도 운명에 새로운 분기점을 만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려의 중심에 있는 담론이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문제이다. 지난해 북한의 도발의지를 소멸하려는 차원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해상훈련에 대해 보인 중국 군부의 예민한 반응은 미국을 직접 겨냥한 측면도 있지만 전략적으로 보면 한미일 군사협력 가능성에 대한 군사적 경고 의미가 크다. 다음 주로 예정된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논의될 한일 군사협력도 이러한 시각에서 조명되고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中거부감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가능성은 2010년 북한 도발 이전에도 거론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동맹그물망(alliance net) 정책을 강조했다. 미국의 양자적 동맹국가가 서로 협력을 강화하여 동맹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돈이 적게 드는 동맹정책’이다. 미국과 양자 동맹관계를 맺은 한국 일본 호주가 서로 안보협력을 강화하면 미국은 돈을 덜 들이고도 동맹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2007년 7월 ‘포린 어페어스’에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은 금세기의 위협을 홀로 대응해 나갈 수 없다”고 밝힌 인식 속에 이러한 동맹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봤을 때 한미일 동맹 강화는 군사적 차원에서 중국의 국가 이익을 위협한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현재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을 밀어내고, 동북아 헤게모니를 차지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한미일 동맹 강화는 그러한 중국의 야심을 좌절시키거나, 더 많은 비용을 들게 할 것이 명확하다. 당연히 중국은 온 힘을 다해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저지하는 대외정책을 전개하려 할 것이다.

한미일 안보협력 향방에 영향을 미칠 요소는 중국 부상에 대한 미일의 공동인식,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요구, 한국 및 일본의 태도다. 중국의 반응은 그렇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핵심 변수를 고려할 때 한미일 안보협력관계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세계정세 속에서 중국을 안보적으로 견제하는 데 미일이 공동 인식을 가질 것이다. 둘째, 오바마 정부가 미국의 동맹 유지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강조하는 ‘동맹망’ 정책을 한국과 일본 정부에 적극 요구할 가능성이 많다. 셋째,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정도와 강화 내용에 영향을 줄 한 가지 변수는 한국 정부의 선택이다.

우리 정부는 역사적 관점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신중한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한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해 일본 미국과 다른 역사적 과제, 한반도 평화 유지와 분단 극복의 과제를 갖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공고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분단을 극복하려면 좋든 싫든 중국과 전략적으로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세계 및 동북아 차원의 냉전구조에서 분단되었고 전쟁을 감내해야 했다.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 진영대결구조가 강화될수록 한반도는 고스란히 긴장의 고통을 혼자 뒤집어써야 했다.

진영대결 피해 전략적 외교 필요

1894년에 발생한 한반도 남부 전북 고부에서 발생한 동학혁명은 혁명가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역사, 세계사의 방향을 바꾸었다. 동학혁명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한 조선 조정이 청나라군대와 일본군대를 끌어들였고 야심을 앞세운 일본은 기습공격으로 청나라를 굴복시키는 청일전쟁을 일으켜 동북아의 패권을 차지했다.

김정일 김정은의 군사적 도발은 그들의 동기와 관계없이 한반도를 또다시 진영대결이라는 격랑의 고통 속으로 밀어 넣을지 모른다. 이런 때일수록 역사적 관점에서 진영대결 조성을 막는 데 외교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과 관련해서는 역사문제를 앞세워 미국 일본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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