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춘근]서해 NLL 양보하면 수도권 못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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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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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1월 23일 연평도를 무차별 포격해 국군 2명과 민간인 2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수역에서 국군이 통상적으로 수행했던 사격훈련을 핑계로 섬마을에 무차별적 포격을 가했다.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전쟁 중이라도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다.

북한이 서해 5도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도발을 감행하는 데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완성하기 위한 국내정치용 목적이 있다. 또 NLL을 무력화시킴으로써 대한민국에 대해 결정적인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군사적 목적 등 복합적 이유가 있다.

휴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 당시 육지에는 휴전선이 명확히 그어졌지만 바다에는 휴전선이 없었다. 유엔군이 6·25전쟁 때 한반도 주변의 모든 바다와 섬을 100% 장악했던 상황이라 북한은 바다에서의 휴전선을 이야기할 형편도 되지 못했다. 유엔군은 바다에도 북한과의 경계선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1953년 8월 30일 NLL을 획정했다.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 및 유엔 선박이 올라가는 북방의 한계를 정한 선이었다.

북한에 그 선 아래로 내려오지 말라고 그은 선이었다면 NLL이 아니라 SLL(남방한계선)이라 불렸을 것이다. 북한은 이 같은 조치가 고마웠을 것이다. 유엔군이 완전히 장악했던 바다의 일부를 내주어 북한 선박과 군함이 황해도 연안 지역에서 항해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약 20년 동안 북한은 NLL을 해상의 휴전선으로 준수했다.

그러던 북한이 1973년 무렵부터 NLL 지역에서 도발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1999년 9월에는 ‘조선 서해해상 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그 뒤 더 심한 도발로 NLL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서해 교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은 모두 북한의 군사적 목표인 NLL 무력화를 달성하기 위해 벌인 일이다.

대북 유화 조치를 특히 강조했던 지난 정권 시절, 한국 해군은 절대로 먼저 사격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숨을 데라고는 전혀 없는 바다 위에서 도발해 오는 적을 먼저 공격하지 말라는 말은 먼저 맞으라는 말과 다름없는 지시였다. 혹은 살고 싶다면 도망치라는 의미가 아니었겠는가. 일부 지도자들은 NLL 해역의 바다를 북한과 협의해서 평화롭게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개념 없는 주장을 했다.

국군은 도망가지 않았고 목숨을 바쳐가며 용감히 싸웠다. 그래서 지금까지 NLL을 지켰다. 서해 5도와 NLL을 어떤 이유로도 양보할 수 없는 이유, 사수해야만 하는 이유는 그곳이 있어야 서울 경기 지역을 북한의 무력 공격에서 효과적으로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지도를 본 적이 있는가? 만에 하나 북한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진다면 서해 5도는 다음 날 북한의 영토가 되고 경기 앞바다는 북한 해군의 앞마당이 되고 말 것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경제력의 절반이 넘는 수도권을 지킬 방법이 없다.바다 위에 그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NLL은 수도권을 사수하는 마지막 방어선이요 생명선 이다. 대한민국의 국군이 피로써 지키는 이유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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