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삼옥]자전거 생활, 도시설계 때부터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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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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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두 발로 직접 페달을 밟아 바퀴를 통해 지면을 느끼면서 맞이했던 상쾌한 바람, 바닷가의 절경…. 그는 삶의 환희를 진하게 느꼈노라고 전했다. 자전거와 함께 인생의 기쁨을 맛보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국제회의 의제로 자주 선택되는 환경문제에 이르면 자전거 타기의 필요성은 극명해진다. 한 블록 떨어진 은행에 볼일 보러 가는데도 시동을 걸게 된다는 잘못된 자동차문화의 폐해를 시정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올바른 자전거문화의 확산이다. 이제는 자전거를 단순히 취미나 레저 수준이 아니라 교통 및 이동수단으로서 적극 활용해야 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자전거를 타는 데 많은 비용과 위험이 따른다는 푸념도 들려온다. 도시에서는 도저히 평화롭고 안전하게 탈 수 없어서 큰 맘 먹고 마련한 자전거를 운반해 교외로 나가거나 멀리 여행을 떠나야 자전거를 탈 수 있다거나, 자전거로 출퇴근하려면 생명보험부터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그러하다.

서울의 경우 한강변 외에 제대로 기능하는 자전거전용도로는 많지 않다. 어렵게 마련된 자전거전용도로와 차로라 해도 끼어드는 오토바이와 승용차, 버스, 택시로 인해 본래 기능을 거의 상실한 형편이다. 보행로에서의 자전거 통행의 위험성은 아슬아슬함의 극치이다. 창원시가 선진국형 자전거 도시를 표방하고 공영자전거 운영 등 다양한 정책을 선보였지만 선진국 같은 수준의 신호체계나 자전거 전용 교량 등의 다양한 시설 및 제도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자전거문화의 확산에는 내용을 제대로 갖춘 교육과 우리 실정에 맞는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지금의 국내 인프라는 선진국과는 비교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족하다. 교육과 인프라 확충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 지금의 자생적이고 취미를 위한 자전거 동호문화 운동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차원이 다른 거시적인 자전거문화운동이 필요하다.

‘자전거와 경륜 포럼’이 10월 19일 창립된 것은 이 때문이다. 자전거의 정책과 산업, 경기 분야를 비롯해 행정 법률 언론 문화 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두루 참여한 이 포럼이 교통 환경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균형 잡힌 자전거문화의 확립을 위해 구심적인 역할을 다하려고 한다. 자전거처럼 느리게, 그러나 꾸준히 말이다.

박삼옥 자전거와 경륜 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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