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의 알 권리와 군사기밀 유지 사이의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일촉즉발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연평도에는 현재 50여 명의 국내외 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자들은 연평도 지역의 복구 작업과 군의 움직임 등을 시시각각으로 보도하고 있다. 기자의 첫째 사명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기자들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목숨을 걸고 취재에 나선다. 언론이 국민 관심이 집중된 현장을 버리고 정부 발표나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주어진 임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연평도 피폭 이후 국내 언론은 우리 군이 현지에 추가 배치한 각종 무기의 규모와 제원 및 성능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을 아무런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은 북한에 우리 쪽 군사 정보를 제공해 적을 이롭게 할 수 있다. 언론 스스로 그동안 취재 및 보도 내용에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천안함 폭침 사건 때도 언론은 초계함의 내부 구조와 적재 무기, 미사일의 화력과 유효 사거리 등 군사기밀로 분류될 수 있는 내용들을 지나치게 보도한 것이 사실이다.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알 권리는 상충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군사기밀의 성격과 범위를 놓고서도 정부와 군 그리고 언론의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최근 동아일보는 녹슬고 기름 범벅인 연평도 90mm 해안포의 허술한 관리 실태를 보도했다. 군은 이 보도가 우리의 허점을 노출시켰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우리는 국가 안보에 대한 걱정과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충정에서 보도를 결정했다. 군은 해안포를 이런 상태로 방치한 것에 먼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국가 안보를 위한 군사기밀과 언론 자유 사이의 갈등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신문이 베트남전 관련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를 공개한 펜타곤 페이퍼 사건에 대해 미국 대법원은 국가 안보에 대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manifest and present)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한 언론 자유를 제한해선 안 된다며 언론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으로 정착됐다.

군은 군사기밀 공개 여부에 대한 합리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언론에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 군은 언론 보도를 통해 결과적으로 군사기밀이 공개되는 것에 불만이 있겠지만 비밀주의가 최선은 아니다. 언론도 국민의 알 권리 확보와 군사기밀 유지 문제 사이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책임 있는 보도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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