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强軍의 자존심 다시 세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7일 03시 00분


북한의 연평도 공격과 대응 과정에서 우리 군의 심각한 취약점이 거듭 드러났다. 도발 징후에 대한 사전 정보수집 능력, 무기체계와 방어능력, 도발에 대한 응징 의지가 여전히 허약했다. 올해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우리 군이 여러 차례 다짐했던 대비 태세 및 대응력 강화가 지난 8개월 동안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래서는 연평도 해병부대와 민간 마을에 대해 무차별 살상을 감행한 김정일 반(反)인륜집단을 응징하기는커녕 국가안보가 더 큰 위기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경질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장관을 교체했다고 해서 군이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일이다. 군은 불만을 털어놓기보다는 북한군을 능가하는 정신전력, 즉 자신감과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우리 군의 야전성이 약해졌고 나태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리핑 잘하고 보고서 잘 쓰는 군인이 출세하는 풍토가 오래됐다고 군 원로들은 지적했다. 우수한 장교들을 야전부대로 보내고 야전 및 작전 경험이 풍부한 장교를 인사에서 우대해야 한다.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이 참가해 내일부터 서해에서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은 북의 도발 의지를 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확고한 대한민국 방어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2차, 3차의 물리적 보복타격’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북한이 실제로 추가 도발을 할 경우 천안함과 연평도의 피해에 이자까지 붙여 갚아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북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사거리 3000km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무수단’을 곧 시험 발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실시한 두 차례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우라늄 핵폭탄 개발도 우려스럽다. 노턴 슈워츠 미국 공군 참모총장은 “북한의 적대행위가 고조될 경우 즉각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의 도발을 억제할 미 공군 전력으로 오산과 군산 기지뿐 아니라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 기지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한미연합사 체제가 신속히 가동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우리 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국민이 군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군은 비장한 각오로 치명적인 보복 타격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 국민과 정치권이 군을 흔들지만 말고 신뢰를 보내줘야 강군(强軍)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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