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연평도 백령도 점령 시도까지 대비하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7일 03시 00분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주민이 대거 빠져나간 연평도는 군인들만 있는 섬으로 바뀌고 있다. 연평도에는 현재 군인 이외에 공무원과 민간인이 80명 정도 남아 있다. 백령도 주민도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 있을지 모르는 북의 추가 도발을 우려해 섬을 떠나고 있다. 정부는 연평도 주민이 섬에 돌아가 살 수 있도록 부서진 집과 생활 기반시설을 긴급히 복구해줘야 한다. 30년 전에 지었다는 낡고 비좁은 방공 시설을 현대화하고 섬 전체를 요새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서해 5도 주민의 대규모 이탈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북한과의 접경 지역에 위치한 연평도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우도 등 서해 5도 지역에 군 병력을 대폭 증강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군이 북의 도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전규칙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북한이 서해 5도에 대한 점령을 시도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이 치밀한 계획 아래 연평도의 민간인 거주 지역까지 포격한 것은 더 큰 목표를 위한 1단계 공격으로 볼 수도 있다. 올해 4월 국방부 내부의 서해 5도 방어대책회의에서 ‘남북 간 위기 고조 시 북한군이 연평도와 백령도를 점령하는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검토됐다. 연평도에 근무한 적이 있는 해병대 전역자들 사이에서는 “북이 연평도를 기습 점령할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3월 천안함 폭침은 ‘서해에서는 잠수함이나 잠수정에 의한 공격이 불가능하다’는 우리 군의 통념을 역이용한 것이었다. 김정일 집단은 지금 우리 정부나 군이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을 생각해(Think the unthinkable)’ 실행에 옮기고 있다. 북한이 연평도에서 민간인들이 떠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몰아간 뒤 남아 있는 우리 군인들을 공격하기 위해 생화학전이나 비정규전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해 5도는 잠수함으로도 격침할 수 없는 ‘불침함(不沈艦)’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다. 단 한 개의 섬이라도 북에 점령되면 우리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 북한으로서는 핵카드와 서해 5도 카드를 양손에 쥐게 돼 군사안보 측면에서 남북의 비대칭성이 더 두드러지게 될 것이다. 정부와 군은 북한이 서해 5도 점령은 물론이고 우리 본토에 대한 테러와 요인 암살 등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 국가안보에선 한 치의 허점도 허용해선 안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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