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기유학 수요 빨아들이는 제주 국제학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내년 9월 제주도에서 개교하는 국제학교는 내국인도 입학할 수 있어 전국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겁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는 입학설명회에 신청자가 몰리는 바람에 일찍 마감되자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찾아가 참석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한국YBM이 설립한 제주 국제학교는 4∼8학년에 한해 내국인을 100%까지 선발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함께 운영하는 이 학교는 학년당 72명(1, 2학년은 24명)을 선발하며 학생들을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제주도에는 제주 국제학교 외에 160년 역사의 영국계 유명 사립기숙학교인 노스런던컬리지어트스쿨(NLCS)이 내년 9월 개교한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졸업한 미국계 세인트 올번스, 캐나다의 명문 여자학교인 브랭섬홀도 들어선다. 조만간 10개 안팎의 국제학교가 제주도에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 9월 개교한 인천 송도의 국제학교는 내국인 입학 비율이 30%로 제한돼 있다. 제주의 국제학교는 내국인 입학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한국 내 국제학교 설립은 조기유학 수요를 줄이고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이중의 포석이다. 국제학교에 관심을 보이는 학부모들의 상당수는 자녀를 이미 해외 학교에 보내놓고 있다. 진작부터 국내에 이런 학교가 있었다면 조기 유학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국인 자녀가 눈치 보지 않고 국제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면 부모가 과테말라 같은 나라에 가서 ‘국적세탁’을 해오는 폐해도 사라질 것이다.

국내 국제학교의 수업료는 연간 1500만∼3000만 원으로 서민에게 위화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해외 유학비용의 30∼50% 수준으로 기러기 이산가족이나 조기유학의 실패를 예방하고 외화 낭비를 줄이는 긍정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교과목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과 국내 대학 진학을 두고 경쟁할 일도 없다.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선택권 보호라는 차원에서 부정적으로 볼 일만도 아니다. 전교조식 평등교육 정책으로는 국제화 시대를 헤쳐 나가기 어렵다.

정부는 제주도의 국제학교들이 성공적으로 운영돼 제주도가 외국 학생들도 찾아오는 ‘아시아의 교육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가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 외국 명문학교의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에다 한국 특유의 교육적 열정이 더해지면 실현 불가능한 꿈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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