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현오석]성장? 침체?… 갈림길 선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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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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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 이래 세계 경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혼돈 그 자체’이다. 2009년 하반기 이후 선진국 경제가 다소 회복되고 한국 중국 등 신흥공업국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여 세계 경제의 급격한 추락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빠른 기간 내에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정상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단기적인 처방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고 경제정책에 대한 경제주체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정책효과의 폭과 시기도 기대와는 달리 부진하게 나타나고 결과적으로 세계경제의 전망과 관련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혼돈의 세계경제 비관론 확산

이 상황에서 세계 경제정책의 목표를 어디에 둬야 하나? G20을 비롯한 여러 국제적인 정책공조의 장에서 지적했듯이 ‘세계경제의 지속가능하고 균형적인 성장’이 향후 상당기간 최우선적인 과제이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암울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도록 위기관리와 함께 성장잠재력의 제고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토론토 G20 정상 선언문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를 무려 29번이나 사용한 것은 이러한 고민을 반영한다. 그러나 대규모 재정적자, 고령화, 보호주의, 구조개혁의 지연으로 생산성과 성장잠재력 제고는 어려운 상황이며 국제 공조 없이는 문제 해결이 더욱 악화될 위험이 상존한다. 서울 G20 정상회의는 위기 극복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전환하는 가장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 성공의 첫 번째 평가기준은 G20 회의가 위기관리를 넘어 세계 경제성장의 최고결정기구(Steering Committee)로서 확실하게 자리 매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정부가 회의 의제로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거시경제정책, 금융규제 개혁, 자유무역주의 강조, 국제기구 거버넌스 개선을 제안한 것도 같은 취지다. KDI,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일보가 ‘G20 서밋체제의 정착을 위해’를 주제로 9월 하순 ‘G20 서울국제심포지엄’을 공동개최한 것도 마찬가지다.

둘째로 국제적 정책 공조에는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세계 경제정책 결정자 간의 합의는 쉽지만 언제나 실천이 어렵다. 실천 없이는 국제공조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두 번째 성공 기준은 합의된 사항에 대한 어떠한 실천계획(Action Plan)을 마련했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 4차에 걸친 G20 회의에서도 실천적 목표 제시가 있었으나 서울 정상회의의 여건은 과거 회의와 달리 더욱 어렵다. 전 세계 경제주체에게 지속 성장에 대한 확신을 심어 주는 실천의지를 표명하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천명해야 한다.

금융안전망-개발의제도 중요

세 번째의 성공 기준은 이번 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새로이 제안한 의제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과 지속성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의제는 서울 G20 정상회의가 단순히 20개국의 이해가 아닌 세계경제 전체의 안정적 성장을 담보하는 필수적인 기구라는 점을 확인해 주는 의제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중장기적으로 G20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제안이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확보는 세계경제의 위기방지와 안정적 성장의 가능성을 제고할 것이다. 또한 개발의제는 단순한 원조가 아닌 발전전략의 효과성을 제고함으로써 개도국의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글로벌 불균형의 시정에도 기여할 것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는 우리 경제사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사에서도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지금은 경제학의 위기라고 부를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경제문제 해결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모든 국가와 개인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 여부에 세계 및 우리 경제의 향방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오석 KD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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