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진환]막걸리 인기에도 문닫는 영세업체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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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고의 와인 산지인 부르고뉴 지방은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위기에 처한다. 와인 농장 소유주인 왕족과 귀족이 혁명 반대 세력으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후 혁명정부는 와인 농장을 소작농에게 소규모로 나누어 분양했다. 독자적으로 와인을 생산해 판매하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자본력을 가진 상인 그룹인 네고시앙은 소작농이 생산한 와인을 사 모아서 생산 지역을 상표로 만들었다. 상인 그룹과 소작농 모두 상생의 패러다임 아래 명품 부르고뉴 와인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국내에서는 술에 대해 100년 가까이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왔는데 우리 농산물의 고부가가치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이 지역 막걸리 업체와 협력해 맛과 품질이 좋은 지역의 명품 막걸리를 유통시키면서 전국 어디서나 지역 막걸리를 맛볼 수 있게 됐다.

막걸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업체의 출혈 경쟁으로 시장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막걸리 붐 이후 전국의 막걸리 제조업체 수는 오히려 큰 폭으로 줄었고 경영이 악화됐다. 지역 영세 업체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과 지역 영세 막걸리 업체의 상생 원리에 바탕을 둔 협업 및 분업체제의 구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지역 영세 업체는 양조기술을 통한 맛의 강점을 갖고 있지만 관리 마케팅 유통에서는 취약하다. 대기업이 직접 막걸리를 생산하기보다는 지역 막걸리의 유통과 품질관리, 마케팅, 유통, 영업, 수출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영세 업체와 대기업의 역할을 철저히 구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정부 시스템도 필요하다.

정진환 단국대 와인과정 전통주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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