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정신戰力강화는 국가안보의 기틀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국방부는 2008년 7월 북한을 찬양하거나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내용의 책 23종을 장병들이 부대에 갖고 들어가거나 읽을 수 없도록 ‘불온서적’으로 지정했다. 군인복무규율 규정에 근거한 것이었다. 당시 군 법무관 7명은 이에 반발해 “사상과 학문,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2년여 만인 어제 재판관 9명 중 6명의 다수 의견으로 국방부의 불온서적 규제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군인복무규율은 군인의 정신전력(戰力) 저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해치는 도서에 대해서만 소지를 못하도록 해 과잉금지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합헌 이유를 밝혔다. 군의 존립 이유와 국민의 상식에 맞는 결정이다. 군인은 국가안보를 위한 특수 집단이므로 일반 국민이 향유하는 헌법상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는 없다. 불온서적 규제가 부당하다면 신체의 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영내 생활도 위헌이라고 할 것인가.

금지된 책 가운데는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미군 범죄와 SOFA’ ‘세계화의 덫’ 등이 포함돼 있다. 일부 서적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는 만큼 국방부가 각계 인사들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재검토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군 장병들의 정신전력은 국가안보의 기틀이다. 첨단 무기와 장비, 유능한 작전 지휘관이나 작전계획이 전쟁의 승리를 100% 보장해주지 않는다. 장병들이 평소 무엇(국가 국민 자유민주주의)을 지켜야 하고, 누구(주적·主敵)와 싸워야 하며, 어떤 자세(군인 정신)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좌파정부 시절 햇볕정책의 영향으로 정훈교육이 소홀해져 군의 정신전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군과 왜 싸워야 하는지를 모르고, 미국이나 일본을 주적으로 생각하는 장병까지 있을 정도다.

책은 장병들의 정신무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군이 지켜야 할 대한민국과 동맹국인 미국, 우리 경제의 기반인 자본주의를 적으로 돌리는 책들을 장병들이 영내에서 얼마든지 읽을 수 있게 한다면 내부의 적을 키우는 것과 다름없다. 이에 영향을 받아 장병들이 전투 현장에서 적과의 교전을 거부하거나 지휘관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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